[서영백의 과천 인사이드]수퍼추경에 대한 기대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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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3-25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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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정부는 28조9000억 원에 달하는 말 그대로 ‘수퍼 추경’을 확정했다.

정부는 2월 말 현재연간 예산 257조7000억 원 가운데 60조 원을 집행했다. 이는 당초 계획했던 46조7000억 원의 128.4%를 집행한 것이지만 경기 성과는 요지부동이다.

결국 정부가 추경 카드까지 꺼내든 것은 지금 우리의 경제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이고 구체적으로는 일자리 창출이 제대로 안 돼 국민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는 얘기다.

어떤 형태로든 경기 활성화를 위한 긴급 처방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며 추경에 기대가 몰리는 까닭이다.

하지만 이번 추경편성이 과연 경기진작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추경을 통해 지출을 늘려 경기를 부양하는 것은 과거에도 그랬듯이 반짝 효과는 있지만 경기부양의 근원대책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칫 잘못하면 인플레이션 심리만 자극할 수 있다.

따라서 경기부양은 우리의 경제체질을 강화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세계경제 동반 침체 등 불가항력적인 외생변수는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규제완화는 물론이고 불확실성을 제거하는데 전력을 쏟아야 한다.

또 정부가 밝힌 것처럼 일자리·사회안전망·사회복지 분야에 철저히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경제위기가 사회위기·국가위기로 전염되는 것을 차단하는 것이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생존의 벼랑에 내몰린 사회적 약자의 보호가 최우선 정책 과제인 만큼 경제 통계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게 재정 투자가 집중돼야 수퍼 추경의 정당성도 확보될 것이다.

추경 규모가 커진 만큼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진 점도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28조9000억 원을 조달해야 하는 이번 추경으로 국가채무 366조9000억 원,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대상수지 -5.4%로 지금까지 최악이었던 1999년(-5.1%)보다 나빠질 전망이다.

지난해 말 정부·여당은 올해 13조5000억 원, 내년 20조 원 안팎 규모의 ‘부자 감세’를 힘으로 밀어붙였다. 내수 진작과 투자 확대가 감세의 명분이었지만 그 약발은 미지수다.

대신 당장 우리 눈앞에는 천문학적 규모의 재정 적자만이 현실 문제로 다가와 있다. 부유층과 대기업에 혜택을 주기 위해 국민 대부분의 부담을 늘린 꼴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추경안을 확정한 뒤 "이번 추경으로 경제성장률이 1.5%포인트 높아지고 여기에 규제완화 및 민간투자 확대까지 포함할 경우 성장률을 2%포인트까지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IMF가 20일 올해 세계경제 성장 전망치를 기존 0.5%에서 -0.5~-1.0%로 하향조정하면서 공허하게 들린다. 이런 상황이라면 성장률을 2%포인트 높이는 것은 별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경제가 살아나지 않으면 내년, 내후년 계속 재정 적자가 이어질 수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선진국에 비해 나라 빚이 많지 않으니 재정은 걱정 없다는 재정부의 설명은 허망하기까지 하다.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는 2003년 이후 6년 만에 2배 이상으로 불어나는 등 증가 속도가 빠른데다 재정지출 규모가 큰 선진국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기 때문이다.

특히 선진국의 나라빚이 복지지출로 늘어났다는 소리는 들었어도 나랏돈 무서운 줄 모르고 펑펑 쓰다 비롯됐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경제학자인 조지프 슘페터는 “예산을 읽고 해명할 수 있는 사람은 국가의 운명도 가늠할 수 있다”고 했다. 나랏돈 무서운 줄 모르고서 예산을 제대로 읽을 턱이 만무하다.

서영백 기자 inch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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