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라민 파동 등 각종 먹거리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는 중국산 식품에 대해 정부와 식품업체가 상반기 안에 중국에 식품검사기관을 설립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식품업체들이 비용부담을 이유로 무산 될 가능성이 커졌다.
25일 식품업계와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중국 칭다오에 정부공인 식품검사기관을 설립하기로 한 8개 주요 업체 가운데 절반가량이 비용부담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 진행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멜라민 파동이 고조된 지난해 10월 식품공업협회는 성명서를 내고 “외국에 자체 공장이 있거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생산된 제품을 수입하는 경우 사전관리를 위해 정부공인 민간검사기관을 중국 등 현지에 설립하겠다”고 약속했다.
식품검사기관 설립을 약속한 업체는 CJ, 농심, 대상, 롯데제과, 한국야쿠르트, 크라운제과, 오리온, SPC 등 칭다오 인근에서 수입하는 물량이 많은 기업들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 CJ, 농심, 대상, 롯데제과를 제외하고는 설립비용 각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나머지 4곳 가운데 한 업체 관계자는 “대국민 약속에 대해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비용부담에 대해 아직은 서로 눈치를 보고 있다”고 시인했다.
이같은 식품업체들의 무책임한 태도에 대해 네티즌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한 네티즌은 “상황만 급급하게 넘기는 식으로 소비자를 안심을 시켜놓고 약속을 지키지 않는 건 소비자를 우롱하는 것”이라며, “추후에 똑같은 일이 또 반복된다면 해당 업체들은 아예 퇴출 시켜야 하는것 아니냐”고 분노했다.
이에 따라 업체의 말을 믿고 발표한 정부도 자칫 약속을 지키지 못할 처지가 됐다.
식약청 관계자는 “총 40억원 가량의 비용 분담방식에 대해 이견이 있는데다 경제위기를 이유로 비용에 대한 논의가 지지부진하다”며 “상반기 안에 식품검사기관을 설립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식품업계가 멜라민 검출로 소비자들의 비난이 쏟아질 때에는 성명서까지 내면서 약속해놓고 사태가 가라앉자 '나 몰라라'하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최민지 기자 choimj@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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