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감사 '의견거절' 속출… 줄퇴출 주의보

상장법인 감사에서 '의견거절'이 속출해 연쇄 상장폐지에 따른 투자자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감사보고서 마감 기한을 일주일이나 남긴 상황인데도 회계법인으로부터 의견거절을 통보받은 기업이 작년 전체 규모를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의견거절이란 회계법인이 특정 상장회사에 대한 감사에서 의견 내기를 거부하는 것이다. 이 경우 해당기업은 상장폐지로 연결되며 금융권에서 대출금 변제까지 종용받게 된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이날 오전까지 코스닥 상장법인인 우수씨엔에스, 삼성수산, 코스모스피엘씨, 에프아이투어, 디에스피, IDH, IC코퍼레이션, 쿨투, 테스텍, 엠엔에프씨 등 모두 10개사가 의견거절을 통보 받았다.

앞서 2월19일 코스피시장에서 상장폐지된 위너스인프라인을 포함하면 올해 들어 회계법인으로부터 의견거절을 통보받은 코스피ㆍ코스닥 상장사는 11개사에 이른다.

이는 2006년 4개사, 2007년 4개사, 2008년 6개사를 대폭 상회하는 규모다.

작년에는 에스와이, 한도하이테크, 에너윈, 두림티앤씨, 조이토토, 한통데이타가 의견거절로 상장폐지됐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감사보고서 제출이 마감되는 오는 31일까지 의견거절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는 데 있다.

실제 한국거래소는 전날 엑스씨이, 팬텀엔터그룹에 의견거절 관련 조회공시를 요구한 상태다.

의견거절을 받은 뒤 이의신청을 할 수 있지만 실제 구제되는 사례가 거의 없어 퇴출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작년 하반기 신용경색과 경기침체로 기업실적이 악화되면서 존속 여부가 불투명한 회사가 늘어난 반면 회계법인은 집단소송제에 대비해 더욱 엄격한 감사를 실시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결산실적이 향후 구조조정 여부를 가르는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실적을 부풀리려는 기업이 늘어난 반면 회계법인 입장에선 이를 더욱 철저하게 걸러내야 한다는 점도 의견거절이 늘어난 이유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의견거절은 내부통제가 부실해 재무제표에 신뢰가 가지 않거나 계속기업으로서 불확실성이 높을 때 낸다"며 "이는 극히 드문 판단으로 올해 들어 급증한 것은 그만큼 기업 환경이 어려워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감사의견은 적정의견과 한정의견, 부적정의견, 의견거절로 나뉜다.

김용훈 기자 [e-mail]
<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