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경기 침체 바람에 어려움을 겪던 한국영화계가 새로운 영화 제작방식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 10억 원 이하의 적은 제작비를 들인 '고사'(감독 창, 제작 워터앤트리)와 '영화는 영화다'(감독 장훈, 제작 김기덕 필름 스폰지이엔티)가 손익분기점을 뛰어넘는 수익을 올렸다. 올해에는 '워낭소리'로 저예산 돌풍이 불더니 지난 19일에 개봉하여 할리우드 경쟁작 틈에서 선전을 하고 있는 '실종'(감독 김성홍, 제작 활동사진)도 10억 미만의 저예산으로 제작되어 개봉 첫주만에 손익분기점을 넘기며 한국영화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과거에 엄청난 물량과 자금력을 동원해 제작된 국내외의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허술한 스토리라인과 미흡한 구성으로 눈높이가 높아진 국내 관객들의 수준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그러다 작년부터는 규모는 작지만 완성도가 높은 영화들에게 관객들의 시선이 몰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8월, 186만 명의 관객을 모은 호러 영화 고사는 적은 예산으로도 제작이 가능한 호러 영화라는 장르적 특성을 활용해 40일간의 짧은 촬영기간 동안 13억원의 순제작비로, 그 해 유일한 공포 영화로 어필하여 흥행에 성공했다.
또한 지난해 9월, 배우들의 열연과 탄탄한 스토리 등으로 관객들의 입소문이 퍼지면서 132만 명의 관객을 끌어 들인 영화는 영화다는 주연 배우인 소지섭과 강지환이 출연료를 제작비로 투자하고, 제작을 맡은 김기덕 감독이 그간 쌓아온 노하우를 발휘해 제작비를 최소화시켰다. 당시 영화는 영화다의 제작진은 최소한의 비용으로 촬영이 가능한 장소를 헌팅을 하고 한 장소에서 조명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등 제작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여러 각도로 모색한 끝에 정해진 제작비를 초과하지 않고 영화를 완성할 수 있었다고 한다.
올해 독립영화로는 드물게 2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작으로 떠오른 워낭소리의 경우 1억여 원의 저렴한 제작비로 제작되어 한국 독립영화계의 흥행 신화를 다시 쓰고 있다. 그 뒤를 이어 지난 19일에 개봉한 영화 실종 역시 8억여 원 규모의 제작비를 들여 제작하고 출연진과 스태프들 전원이 투자출연, 거마비 정도만을 받아 진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또 한번 화제선상에 오르고 있다.
실종은 지난해 예상을 뒤엎고 관객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은 고사, 영화는 영화다, 올해 워낭소리를 잇는 또 한편의 저예산 상업영화의 성공사례로 남음과 동시에, 예산과는 상관없이 원하는 작품을 선택하는 관객들의 다양성을 다시금 입증하는 고무적인 선례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인동민 기자 idm81@ajnews.co.kr
<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