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코, 확정가 매입 방식 도입

자산관리공사(캠코)가 은행권 부실채권을 매입할 때 기존의 사후정산 방식을 버리고 확정가 매입 방식을 도입키로 했다.

26일 금융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캠코는 2011년 도입되는 국제회계기준(IFRS)을 대비해 오는 5월부터 은행 부실채권을 확정가로 매입한다.

확정가 매입과 사후정산 방식을 병행해 오던 캠코는 2003년부터 사후정산 방식으로만 금융권 부실채권을 매입해 왔다. 사후정산은 매입한 부실채권을 처리한 뒤 이익이 발생하면 해당 금융회사에 돌려주고 손해가 날 경우 손실보존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국제회계기준이 도입되면 사후정산 방식으로 부실채권을 매각할 경우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높일 수 없게 된다.

캠코 관계자는 "지금까지 금융회사들은 사후정산방식으로 부실채권을 매각해 장부상 부실을 줄일 수 있었다"면서 "하지만 국제회계기준의 적용을 받게되면 확정가 방식으로 부실채권을 매각해야 '진정 매각'(True Sale)으로 인정돼 자본적정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공장, 토지 등 대형 부동산을 담보로 잡고 있는 부실채권은 처리하는데 1~2년 이상 장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오는 5월부터 확정가 매입 방식을 적용해야 한다"며 "5월에 출범하는 구조조정기금도 금융권 부실채권을 확정가로 매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은행들도 빠른 시일 내에 확정가 매입방식으로의 변경을 원하고 있다.

국제회계기준이 도입될 때까지 캠코에 매각한 부실채권의 사후정산이 처리되지 않으면 미정산 부실채권을 회계장부에 반영해야 하게 때문이다.

은행 주도로 다음달 설립되는 민간 배드뱅크도 부실채권을 확정가로 매입할 계획이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국제회계기준은 2011년부터 도입되지만 은행들은 연간 비교 공시를 위해 당장 내년부터 이를 적용해야 한다"며 "이제부터라도 부실채권을 확정가로 매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음 달부터 민간 배드뱅크와 캠코 사이에 경쟁구도가 형성되고 사후정산 제도가 사라짐에 따라 부실채권 가격 산정을 둘러싼 캠코와 은행간 협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캠코는 부실채권 매입에 있어 경쟁관계에 있는 회사에 지분투자를 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판단에 다음달 출범 예정인 민간 배드뱅크에 참여하지 않을 방침이다.

김유경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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