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칠레 간의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지 5년동안 양국 간 교역량이 4.5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코트라가 발표한 '한-칠레 FTA 5주년 성과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한-칠레 통상협정이 상호보완적인 양국 산업특성을 강화해 모두 이익을 얻는 '윈-윈' 효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됐다.
FTA 발효 직전인 지난 2003년 양국간 교역 규모는 15억7500만 달러에서 지난해 71억5900만 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454%나 증가한 것으로, 한국은 미국, 중국, 브라질, 아르헨티나에 이어 칠레의 5번째 수입국으로 성장했다.
한국산 철강과 보일러는 칠레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했고, 승용차와 석유는 각각 2, 3위에 올랐다. 지난 5년간 한국 휴대폰의 수출증가율은 연평균 117%에 달했다.
보고서는 같은 기간 물량 품귀현상을 빚은 구리, 아연 등 전략광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에도 FTA가 크게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한-칠레FTA는 '한국의 이미지' 제고라는 무형의 효과도 가져왔다. 칠레 정부가 아시아 국가 중 처음으로 한국과 FTA를 체결하면서 정보통신 등 첨단 제조업이 발달한 국가와의 보완적 협정임을 강조해 한국의 이미지가 크게 개선됐다.
한편, 한국 기업들은 칠레를 교두보로 삼아 중남미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이건산업이 한국으로 목재를 공급하기 위해 현지에 설립한 법인은 FTA체결 이후 무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국가가 증가하면서 가파른 매출신장세를 기록했다. 지난해 2850만 달러을 수출해, 1997년 대비 4배 증가하는 성공을 거뒀다.
칠레가 만성적 전력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발전소 발주를 늘리면서 포스코 건설은 2006년에는 3억 7천만 달러, 2008년에는 13억 달러의 화력발전소를 잇따라 수주했다. 한국타이어도 칠레에 판매법인을 설립하면서 2003년 300만 달러에 머물던 수출을 2008년 1220만 달러로 높였다.
하지만 칠레가 중국, 일본, 인도 등 주요 경쟁국과 FTA를 연달아 체결하면서 한국의 FTA선점효과는 희석되고 있다고 코트라는 지적했다.
실제 2008년 한국의 칠레시장 점유율은 5.6%로 전년대비 1.63% 포인트 하락한 반면 중국산과 일본산의 점유율은 각각 0.61%포인트, 1%포인트 상승했다.
코트라는 한국이 칠레로 수출하는 10대 품목 중에서 9개가 일본 또는 중국과 경합하고 있어 품질 향상과 제품 인지도 제고노력이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오혁종 코트라 구미팀장은 "FTA 체결이후 칠레에서 한국산 자동차와 전자제품의 인지도는 크게 상승했지만 칠레 주요 산업인 광산, 발전 분야에 사용되는 고가·고부가 기계류의 인지도는 아직 미국, 일본에 비해 뒤처지고 있다"며 "차별화된 제품출시와 고급품이라는 인식을 높이는 마케팅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변해정 기자 hjpyu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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