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공룡' 농협에 대한 개편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농협중앙회와 회원조합의 지배구조 개편이 골자인 농협법 개정이 정부와 국회의 견해차로 진통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농협 역시 구체적인 개혁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29일 금융권과 국회에 따르면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는 최근 농협 개정 논의를 위해 법안심사 소위를 열였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계류시켰다.
민주당 간사인 최규성 의원이 법안심사 소위에서 농협법 개정을 농협의 금융 부문인 금융과 유통 부문인 경제 사업 분리와 연계해야한다고 심의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임위의 상당수 의원들은 당초 자산 1500억원 이상 규모의 회원조합장의 비상임화와 조합 선택권을 읍·면의 시·도로 확대하는 조항에 대해 문제점이 많다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는 의원들이 조합장들과의 정치적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조합장들의 눈치보기에 들어갔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지난 2월 임시국회 논의 과정에서는 정부와 국회 간 의견 접근이 이뤄지면서 법안심사 소위 통과 직전까지 갔지만 미디어 관련법 직권상정으로 국회가 마비되자 법안 처리가 중단됐다.
심의를 거부한 최 의원 측은 지배구조 개편보다 신경 분리가 농협을 더욱 포괄적으로 변화시킬 사안이라면서 농협법 개정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신경 분리의 개략적인 윤곽이 제시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농식품부는 지배구조를 먼저 개편하고 신경 분리는 장기 과제로써 연말까지 정부 안을 마련할 방침이었다.
신경 분리가 농협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사안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연말까지 정부 안을 마련하는 것도 벅차다는 것이 농식품부의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내년에 신경 분리 추진을 계획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배구조 개편까지 내년으로 늦춰질 경우 농협 개혁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내년에 지방선거가 개최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역 조합장들의 입김이 더욱 커질 수 밖에 없고 국회 통과는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농협법 개정이 4월 임시국회에서 정부와 여권, 야권의 이해 관계가 얽히면서 불확실성에 직면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농협 측은 일단 신중한 입장이다. 농협 관계자는 "농협 입장에서는 법이 빨리 통과되는 것이 부담이 적을 것"이라면서도 "신경분리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입장이 마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신경분리를 비롯한 개혁안은 구조개혁단에서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전체적으로 의견을 수렴 중이나 일정은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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