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1분기 적자 '쓰나미'

금융위기 여파가 사라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은행권이 1분기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2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1~2월 은행권은 1000억원 내외의 적자를 기록했다. 일부 은행이 흑자를 기록했지만 과반수가 적자였으며 분기 말에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1분기 대다수 은행들이 적자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에서도 건설·조선업계에 대한 구조조정과 인건비 증가, 이자마진 축소, 펀드 등 상품판매부진 등으로 1분기에 흑자를 기록하는 은행이 거의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은행의 수익 원천인 예대마진이 악화되고 있는 것이 큰 부담이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하반기 고금리 후순위채와 정기예금 판매 경쟁 심화로 조달금리는 5%대 후반으로 상승했지만 시중금리 급락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낮아지면서 역마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난해 4분기 은행권의 손실은 3000억원에 달한 바 있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는 1분기에 각각 1277억원과 107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은행의 실적악화가 부담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은행권은 적자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자산 매각을 포함해 수익성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업은행은 지난달 자산유동화증권(ABS) 2534억원 어치를 발행해 부실자산을 처분했고 우리은행은 현대건설·현대상사 보유 주식과 골프장 회원권, 전산센터 등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신한은행 역시 자산관리공사에 130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매각할 방침이다.

외환은행은 비용감소와 업무 효율성 제고를 위해 올들어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r) 캠페인을 실시하고 임직원의 미사용 여신과 카드 한도를 줄이고 있다.

은행권의 적자 공포 확산에 따라 정부의 자본수혈 역시 본격화하고 있다. 정부는 오는 31일 국민은행과 하나·우리은행, 농협과 수협에 3조9000억원 규모의 자본을 수혈할 계획이다.

이는 은형별 조율 과정에서 규모가 줄어든 것으로 당국은 이번달 4조3000억원의 자본확충을 진행하기로 한 바 있다.

내달에는 신한은행을 비롯해 자본확충펀드에 한도배정을 신청한 나머지 은행들이 자본확충에 나선다.

한편 부실채권 처리를 위해 다음달 3조원 규모의 은행 주도 민간 배드뱅크가 설립되고 5월에는 자산관리공사에 40조원 한도의 구조조정기금이 설치된다.

김유경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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