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로 부자들이 노심초사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 정부가 조세 피난처에 대한 제재 강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 위기 상황에서 조세 피난처로 흘러들어 가고 있는 엄청난 세금을 좌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조세 피난처에 대한 압박수위가 높아지자 전전긍긍하고 있는 이들은 물론 탈세자와 이들을 고객으로 둔 금융기관이다. 하지만 탈세와 무관한 투자자들도 마음을 졸이고 있기는 마찬가지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별책 섹션인 FT웰스(Wealth) 최신호에서 전했다.
캐리너 챌론스 HSBC프라이빗뱅크 세무 전문가는 "탈세에 대한 규제 강화가 세법을 충실히 따르고 있는 고객들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일례로 신탁 계좌를 개설하고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이 치솟고 있다"고 말했다.
부자들은 그러나 비용을 크게 문제 삼지는 않는다. 이들은 오히려 더 큰 비용을 감수하며 여러 곳에 자금을 분산 예치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영국 정부가 추진한 세법 개정에도 이들은 크게 호응했다. 개정안은 영국에 장기 주소를 가지고 있지 않은 외국인들에게 해외 자산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조건으로 3만 파운드를 요구하고 있다. 적지 않은 돈이지만 부자들은 '침묵의 대가'를 택했다.
챌론스는 "부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재산에 대한 정보가 드러나는 것"이라며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언제나 '보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술이 금지된 이슬람권에서 술집에 큰 돈을 대고 있다거나 자신이 부자라는 사실을 자녀나 친척들에게 숨기고 싶어하는 투자자들이 많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조세 피난처의 빗장을 열기 위한 국제 사회의 압박은 갈수록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미 스위스와 룩셈부르크, 리히텐슈타인 등은 은행 비밀관련 법규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다음달 2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서도 조세 피난처에 대한 감시 및 투명성 강화를 위한 규제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조세 피난처 블랙리스트와 이들에 대한 보복 조치를 담은 보고서를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블랙리스트에는 스위스와 룩셈부르크, 오스트리아 등 유럽 국가는 올라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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