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기업 관련 규제 발효 상황 |
한국기업들이 대거 진출해 있는 중국 동부 공업도시 칭다오시. 3년째 섬유업체를 경영해 왔다는 기업인 K씨(46)는 “청도 일원에 진출한 7,000여개의 한국 기업 가운데 절반이 문을 닫았다는 소문이 번질만큼 심각한 상황”이라며 “글로벌 불황시대를 맞아 각국 정부가 기업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있는데 중국 정부도 적극적인 친기업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칭다오시를 비롯한 중국 동북부의 주요 공업도시에 입주한 기업체마다 주문 감소로 비명을 지르고 있다. 글로벌 경제불황으로 미국, 유럽 등 해외 주문까지 급감하면서 근근이 공장을 가동해온 기업들이 한계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도심에서 칭다오공단, 평도공단을 향하는 도로 양편에 자리잡은 공장들은 10곳 중 3~4곳이 문을 닫은 상태다.
기업들의 경영 위축은 지역 경기 냉각으로 이어지고 있다. 도시 주변에는 아파트단지가 빽빽이 들어서고 있지만, 이미 입주가 시작된 아파트단지도 밤이면 불이 켜진 집이 20~30%에 불과할 정도로 분양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주말마다 북새통을 이루던 칭다오공항 주변이며 주요 거리는 주말에도 황량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칭다오시는 물론 인근 옌타이, 웨이하이시, 지난시 등 도시들 역시 문 닫는 점포가 속출하는 등 체감경기가 바닥을 향해 치닫고 있다.
중국 정부의 기업 규제 강화에 겹친 글로벌 불황으로 인해 기업들 도산 증가→ 지역 경제 위축 → 실업자 양산이라는 악순환 고리에 빠져들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 정부는 2006년부터 수출증치세 환급 조정, 위안화 평가절상, 신노동법 시행, 가공무역 금지품목 확대, 환경규제 강화, 외자기업에 대한 우대정책 전환 등 산업구조를 고도화 하고 자국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시행해왔다.
이 같은 정책들은 중국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추진할 만한 정책들이지만, 문제는 동시다발적으로 시행하면서 한국 기업들처럼 저임금을 노리고 뛰어든 입장에서는 감당할 체력 수준을 넘어섰다는 데 있다.
더 큰 문제는 중국이 오는 7월 1일부터 ‘상품검사제’를 시행키로 하는 등 기업들에 대한 규제 강화를 예고하고 있다는 점이다. 겨우 겨우 납기를 맞춰나가는 상황에서 상품검사제가 시행되면 검사를 거치느라 선적이 수일씩 늦춰지는 사례가 빈발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경수 동현상사 청도사무소 대표는 “중국 정부는 세계적인 불황에도 불구, 성장률 8%대를 달성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실제 각 지방에서 느끼는 체감 경기는 한국의 IMF 수준을 방불케 하고 있다”며 “적극적인 기업 기살리기 정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칭다오시(중국)=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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