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현대자동차 마케팅 전략이 국내 보험업계에서 첫선을 보였다.
금융감독원은 ING생명이 보험 가입 이후 1년 이내 실직한 계약자가 해지를 원할 경우 납입한 보험료 전액을 환급하는 상품을 허가했다고 30일 밝혔다.
이 상품은 기존 종신보험에 실직자에 대한 옵션을 추가한 것으로 ING생명은 비자발적 가입자가 실직한 이후 환급을 요청하면 납입 보험료를 전부 돌려준다.
일반적으로 종신보험에 가입한 후 1년이 경과한 뒤 계약을 해지하면 납입 보험료의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돈을 돌려받게 된다.
ING생명 관계자는 "힘들 때 가장 먼저 정리를 고려하는 것이 보험"이라며 "그러나 지금 같이 어려울 때 가장 필요한 것이 보장성 보험"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보험회사 입장에서 고객의 어려움을 나눠야한다는 취지에서 진행하고 있으며 캠페인 기간은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로 실적에 별다른 부담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ING생명의 이번 시도는 현대차의 미국 마케팅을 벤치마킹하는 것"이라며 "시장의 반응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ING생명의 실직자 혜택 상품 출시에 대해 보험가입자의 모럴헤저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실직을 예상한 가입자의 의도적인 가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당국은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채희성 금감원 보험계리연금실 생명보험팀장은 "지난 16일 ING로부터 상품 신청을 받은 이후 2주간 지도 과정을 거쳤다"며 "ING생명의 재무상태를 감안할 때 큰 부담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채 팀장은 "실직 이후 30~120일 사이에만 신청할 수 있도록 했고 고용보험 수급 자격자만 해당된다"며 "회사가 부담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보험계약자들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 반응은 일단 신중하다.
생보협회 관계자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어느 정도의 증가는 있겠지만 업계의 판도를 바꾸지는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A보험사 관계자는 "일단 참신한 발상"이라며 "하지만 실적에 대한 부담이 뒤따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또 "보험업계 특성상 가입 1년 안에 계약을 해지할 경우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가입기간이 짧은 상품에만 적용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B보험사 관계자는 "금융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방법으로 보인다"며 "획기적인 발상이지만 건전한 고객들에게는 오히려 피해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업계 최초의 시도로써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대한생명의 경우 수당의 개념으로 보험금을 지급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보험료를 전액 환급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현대차 미국 법인은 신차를 산 고객이 1년 이내에 직장을 잃을 경우 판매한 차량을 되사는 '바이백' 프로그램을 실시해 지난 1월 미국 판매가 두자릿수로 증가하는 등 상당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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