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로 얼어붙었던 회사채시장이 올 1분기 들어 해빙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기업들의 인수ㆍ합병(M&A) 규모는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9일(현지시간) 시장조사기관 딜로직의 통계를 인용해 올 1분기 회사채시장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조달한 자금은 모두 1조5000억 달러(약 208조원)에 이른다고 전했다.
특히 경기를 크게 타지 않거나 신용등급이 높은 기업들은 전년 동기 대비 2배 늘어난 8256억 달러의 자금을 회사채 발행을 통해 끌어모았다. 금융위기로 은행들이 대출을 꺼리자 기업들이 회사채를 대거 발행했기 때문이다. 금융기관을 제외한 글로벌 기업들이 지난 1분기 발행한 회사채는 4345억 달러로 사상 최대 규모였다.
글로벌 M&A 및 회사채 규모(투자적격등급, 차입액 기준)-출처:파이낸셜타임스(FT) |
은행ㆍ보헙업계의 부실자산을 청산하기 위해 각국 정부들이 1분기 글로벌 M&A시장 전체 자금의 28%에 해당하는 1458억 달러의 긴급자금을 투입해 M&A시장의 붕괴를 이끌었다고 FT는 분석했다.
이 때문에 은행들이 M&A 자문을 통해 얻은 수입도 일년새 59%나 감소한 24억 달러에 그쳤다.
기업 M&A 중 금융기관이 1309억 달러에 달하며 M&A를 주도했다. 이 가운데 미국 정부가 씨티그룹에 250억달러를 투자한 것이 가장 컸으며 화이자의 와이어스 인수 등 제약사들의 M&A 규모가 1279억 달러로 뒤를 이었다.
특히 아시아지역의 금융기관들의 경우 소규모 거래를 중심으로 M&A시장을 이끌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국제 회계법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아시아지역의 215개 금융기관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42%가 올해 M&A 계획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금융위기가 아시아 지역을 덮치기 전인 지난해 초 38%에 비해 오히려 높은 수치다.
조사 대상 기업의 50% 이상은 올해를 사업 확장 기회로 평가했고 기업투자를 동결하겠다고 응답한 기업은 22%에 불과했다.
특히 중국과 대만의 기업들이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기업들을 대상으로 향후 12개월간 활발한 M&A를 추진할 것으로 전망됐다. 비교적 재무상태가 건전한 아시아지역 금융기관들이 최근 저평가된 회사들과의 M&A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호황기와 같은 대규모 M&A는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FT는 지적했다. 실제 아시아지역 금융기관들의 M&A시장 규모는 2007년 1259억 달러에서 지난해 991억 달러로 축소됐다.
매튜 필립스 PwC 중국법인장은 "경기침체로 기업들이 주로 소규모 M&A를 펼치고 있다"며 "올해 시장 규모는 2005년(387억 달러)와 2006년(645억 달러)에 비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경제위기 초반에 업계에서 예상했던 대규모 M&A로 업계 판도가 뒤바뀌는 상황은 기대하기 어렵다"며 "소규모 거래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M&A가 대세를 이룰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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