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민의 광화문통신] IPTV의 굴욕

초고속인터넷의 보편화로 인터넷 기반의 다양한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전화가 가능해지고, 이제는 광랜을 통해 TV까지 보는 시대가 열렸다.

100Mbps급의 빠른 전송 속도를 이용해 서버에 저장된 주문형비디오(VOD)를 보고, 공중파나 케이블과 같이 실시간 채널까지 즐길 수 있는 실시간 인터넷TV(IPTV)가 본격 상용화됐다.

실시간 IPTV는 지난해 9월 KT, LG데이콤, SK브로드밴드가 사업자로 선정돼 올해 전국 서비스가 시작됐다.

방송통신위원회도 지난해 출범과 함께 IPTV 상용화에 적극 나섰고 이제는 시장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다.

방통위는 일부 IPTV 편향지원이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IPTV 활성화에 올인하고 있다.

IPTV가 방송통신 융합시대의 대표 서비스라는 점에서 IPTV의 성공 여부가 방통위의 첫 시험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KT 등 IPTV 사업자들은 현재 IPTV 네트워크 구축과 실시간 채널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IPTV 3사는 올해 IPTV에 총 76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IPTV 사업에 가장 적극적인 KT는 올해 3600억원, LG데이콤은 3000억원, SK브로드밴드 1000억원을 투자해 망고도화 등 인프라 구축에 나설 예정이다.

또한 케이블TV에 버금가는 실시간 채널수를 확보하기 위해 내달부터 60개 채널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업계는 올해 시장 활성화가 이뤄질 경우 IPTV 가입자수가 33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업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방통위와 IPTV 사업자들이 올해 IPTV 투자 및 시장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불안정한 네트워크, 부실한 콘텐츠 등에다 불황까지 겹쳐 IPTV 가입자 증가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IPTV가 실시간 방송을 완벽하게 소화할 정도의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아 가끔씩 실시간 방송이 뚝뚝 끊기거나 아예 방송이 되지 않은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현재 네트워크 및 시스템 개선 작업을 하고 있지만 막대한 투자가 들기 때문에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IPTV 사업자들은 현재 가입자 모집을 위한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실시간 채널도 케이블TV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채널수 확대에만 치중해 콘텐츠가 부실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주위에서 IPTV를 시청해본 사람들은 "볼게 없다"는 말을 늘어놓는다. 케이블TV보다 콘텐츠가 부족하거나 별반 다를게 없어 굳이 비싼 요금을 내고 IPTV를 볼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IPTV가 고화질, 양방향 서비스 등 케이블TV와 차별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케이블TV를 대체할 만한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부 업체는 IPTV가 생각보다 시장 확대가 더딜 것으로 판단해 투자와 마케팅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IPTV가 사실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기반으로 영업이 되기 때문에 사실상 KT에 가장 유리한 사업"이라며 "방통위가 IPTV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어 IPTV 사업 추진이 방통위의 눈치를 보는 수준에 급급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IPTV가 컨버전스 시대를 대표하는 서비스로 사업자들에게는 신정장동력으로, 소비자들에게는 편리하고 유익한 서비스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무리한 사업 추진보다는 우수 콘텐츠 확보와 네트워크 개선 등 충분한 단계를 거쳐야 할 것이다.

김영민 기자 mosteve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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