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된 지 5년 만에 양국의 교역이 4.5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FTA 발효 초기 확대됐던 무역수지적자 규모도 점차 축소되면서 무역수지 불균형이 완화되는 추세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31일 발표한 '한-칠레 FTA 발효 5년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한-칠레 FTA 발효 당시인 2003년 15억8000만 달러였던 양국간 교역은 지난해 71억6000만 달러로 4.5배 늘었다.
이는 연평균 35.4% 증가한 것으로 같은 기간 대(對)세계 교역의 연평균 증가율(18.1%)을 상회한 셈이다.
대칠레 수출은 발효 5년 전과 비교해 6배 늘었으며, 수입은 4배 증가했다.
수출이 확대되고 수입이 안정되면서 무역수지 불균형도 점차 완화되고 있다. 지난 2003년 5억4000만 달러였던 무역적자는 매년 확대돼 2006년 22억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2008년에는 절반 수준인 11억 달러로 축소, 교역액 대비 무역수지적자의 비율은 2003년 34.3%에서 2008년 15.3%로 하락했다.
칠레산 농산물 수입의 국내 산업에 대한 영향은 당초 우려와는 달리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이 주로 수입하는 구리 등 원자재와 포도주는 국민 후생 증가에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또 칠레 수출에 의한 생산유발은 13억2000만 달러에서 118억2000만 달러로 9배 증가했고, 고용유발은 6041명에서 2만634명으로 4.2배 증가하는 등 한-칠레 FTA가 국내 생산 및 고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조사됐다.
칠레 수출 증가는 칠레 수입시장에서의 점유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지난 2003년 점유율 3.0%를 기록해 8위에 그쳤던 한국은 2008년 점유율이 5.6%로 상승, 칠레의 5대 수입국으로 부상했다.
한편, 연구원이 104개 칠레 수출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75%가 "한-칠레 FTA가 대칠레 교역에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
이유로는 △중국산 대비 가격경쟁력 회복 △수출 증대 △한국제품의 인지도 상승 △바이어의 선호도 증가 △칠레시장 신규개척 등을 꼽았다.
응답기업의 49.5%는 한-칠레 FTA에 전반적으로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들은 △빠른 관세철폐 스케줄 △특혜관세 대상품목의 확대 △원산지 증명방법의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한-칠레 FTA 5년간 양국은 교역의 양적 증가에 집중해왔지만 앞으로 투자협력 등으로 경제협력의 범위가 확대돼야 한다"며 "한-칠레 FTA를 디딤돌 삼아 페루, 콜롬비아, 한-남미공동시장(MERCOSUR) 등과 FTA를 조속히 추진, 한국의 중남미 FTA 네트워크를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변해정 기자 hjpyu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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