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에 냉랭해진 '선거의 여인' 박 전 대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침묵행보’가 계속되는 가운데 4·29재보선을 앞두고 당내 친이-친박 간 신경전이 가시화 될 전망이다.
최근 당은 ‘텃밭’인 경북 경주 후보로 ‘실세’ 이상득 의원의 측근이자 18대 총선에서 친박계 ‘공천파동’을 주도한 정종복 전 의원을 확정했다.
이에 박 전 대표는 아무런 입장도 표하지 않았으나 그 자체가 친이계 등 당주류를 향한 무언의 불만이라는 시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경주 후보 공천문제에 대한 당의 결정은 박 전 대표의 심기를 건드렸다. 자칫 18대 ‘공천파동’과 같은 시나리오가 재현되지 않을까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박 전 대표는 지난달 30일 자신을 찾아와 악수를 청한 정 전 의원에 ‘열심히 하시라’며 짤막하게 반응했다.
주위에서 사진을 찍는 기자들에게도 ‘찍지 마라’며 냉랭한 태도를 취했다. 재보선 관련해서는 물론 최근 ‘박연차 파문’으로 위기를 맞은 당에도 단 한마디 입장 표명도 없다.
앞서 ‘선거의 여인’이라 불리며 재보선에서 잇따른 승리를 쟁취한 것이나 올 초 법안전쟁 때도 단 한마디로 야당과의 극적 타결을 이끈 점을 감안하면 180도 달라진 반응이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재보선은 당헌당규 대로 치러야 한다는 게 맞다는 생각이며 이쪽에서 뭐라 입장을 표할 상황도 아니다”면서도 “당분간 이 상태를 이어가지 않겠느냐”고 우회적인 불만을 표했다.
박 전 대표의 최대 지지기반인 경북이 재보선에서 친이-친박(정수성 전 육군 대장) 대결 양상으로 바뀐 데다 친이계 수장격인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귀국한 묘한 시점과 맞물려 조만간 내부 갈등이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당 주류 측은 ‘강온양면’ 전술로 나가는 분위기다.
정 전 의원의 경우 이날 홈페이지에 자신을 칭찬하는 박 전 대표의 동영상까지 올려둔 상태다. 일종의 ‘친박진영 달래기’인 것이다.
반면 당 공천심사위원장인 안경률 사무총장은 “박 전 대표도 당 공천심사위가 동의하고 최고위에서 추인한 부분을 존중할 것”이라며 “이번 선거에서 당 지도부가 적극 나서는 것은 당연하고 박 전 대표가 힘이 되면 뒤에서 우리 후보를 돕는 것도 아름답다고 생각한다”고 우회적인 압박을 가했다.
안광석 기자 novu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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