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자동차업계에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나서자 월가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특히 릭 왜고너 제너럴모터스(GM) 최고경영자(CEO)의 해임 여파가 금융권으로 확산될까봐 CEO들은 좌불안석이다.
미 금융권과 자동차업계에 투입된 공적자금 규모는 비교할 게 못 된다. 씨티그룹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각각 45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지원 받았고 미 정부가 보증한 부실자산 규모도 각각 4000억 달러에 이른다. GM과 크라이슬러에 투입된 174억 달러는 '새발의 피' 수준이다.
하지만 미 금융기관들은 오히려 부실을 키우며 세계 경제를 휘청이게 하고 있다. 공적자금으로 보너스 잔치를 벌인 AIG사태로 여론마저 크게 악화된 상태다. 그런데도 미국 정부는 아직까지 부실 은행들의 리더십을 문제삼지 않고 있다.
정부를 대신해 손에 피 묻히기를 자처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은행의 이사회와 주주들이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이 왜고너를 GM에서 내쫓은 것은 부실 금융기관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겠다는 신호라고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31일(현지시간) 지적했다.
월가에서는 비크람 팬디트 씨티그룹 CEO와 켄 루이스 BoA CEO가 해임 1순위로 꼽히고 있다.
물론 파산 직전에 몰린 부실은행을 누가 떠맡으려 하겠느냐는 회의론도 없지 않다. 미 정부가 공적자금을 받은 은행들의 CEO 보수를 제한하기로 한 것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씨티그룹 이사회는 벌써부터 지각변동을 예고해 왔다. 지난 1월 윈프리드 비쇼프 회장이 물러나며 이사회 일원이었던 리처드 파슨스가 대신 자리를 채웠고 로버트 루빈 전 미 재무장관도 이사회를 떠났다. 파슨스 회장은 다음달 제리 그룬트호퍼 전 US방코프 CEO와 뱅크오브하와이와 뱅크아메리카의 CEO를 지낸 마이크 오닐 등 4명의 이사진 선임을 위한 표결에 나설 예정이다.
켄 루이스 BoA CEO는 주주들의 압력을 받고 있다. 주주 행동주의를 강조하는 CtW인베스트먼트그룹은 최근 BoA 이사회에 보낸 서한에서 "루이스를 즉시 해고하지 않으면 주주들을 동원해 이사회 불신임 투표를 벌일 것"이라며 으름장을 놨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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