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극복…CEO만 할 수 있는 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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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4-02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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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G 래플리 P&G CEO 경영전략

   
 
래플리 P&G 회장 겸 CEO
세계적인 종합생활용품업체 프록터앤드갬블(P&G)은 전세계를 강타한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실적을 내고 있는 몇 안 되는 기업 중 하나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경기 침체로 감원을 실시하고 있지만 P&G는 꾸준히 직원을 뽑고 있다.

P&G도 물론 시련은 있었다. 새천년을 맞아 시끌벅적했던 지난 2000년 P&G는 1891년 상장 이래 최대 규모인 3억20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 때 구원투수로 등장한 이가 당시 화장품사업 부문 최고 책임자였던 앨런 조지 래플리 현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다.

래플리 CEO는 외부환경과 내부환경을 최대한 활용하는 C&D(Connect&Development·연계개발)를 통한 조용한 혁신을 통해 현재의 P&G를 만들어 낸 장본인으로 평가받는다. 세계적인 경영저널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는 최신호(5월호)에서 래플리 CEO가 제시한 '불황 속에서 CEO만이 할 수 있는 일 4가지'를 소개했다.

◇"고객과 투자자는 왕"

어느 기업이나 '고객이 왕'이라 구호를 알고 있지만 이를 실천에 옮기는 기업은 드물다. 래플리 CEO의 첫 번째 경영 비법은 '고객이 왕'이라는 판에 박힌 구호를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P&G 제품을 구매하고 사용하는 고객들의 사진 수십여장을 본사 로비에 배치해 둬 직원들이 항상 고객을 의식하며 업무에 임하게 했다. 래플리의 고객중심주의는 투자자들과의 관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기업의 이익이 고객이나 주주 어느 한 편으로만 치우치지 않도록 하기 위한 포석이다. 이른바 '윈윈전략'이다.

그 결과 P&G를 사용하는 고객은 지난 2000년 전세계 인구 60억명 중 20억명(33%)이었던 것이 현재는 67억명 중 35억명(48%)으로 크게 늘었다.
 
◇"과감한 결단"

2000년 래플리가 CEO 자리에 올랐을 때 P&G는 변화무쌍한 외부 환경에 발빠르게 대응하기에는 지나치게 크고 복잡한 조직이었다. 하지만 래플리는 과감했다. 그는 당시 P&G 전체 매출의 58%를 차지했던 세제와 유아용품, 여성용품, 헤어제품 등 4개 핵심 영역만 그대로 두고 나머지 부문에 대해서는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래플리는 아울러 생활용품 개발 인프라를 기반으로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미용 및 건강사업 등 미래 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미용 및 건강사업은 2000~2008년 8년간 총 매출의 49%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특히 헤어 제품인 '팬틴'은 올해까지 9년간 연간 순매출 30억 달러를 기록했고 화장품인 '올레이'는 연간 20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P&G 주가 추이(출처:야후파이낸스)

◇"현재와 미래의 균형추"

래플리 CEO는 경영학 석학인 피터 드럭커의 말을 인용해 CEO는 현재 이익을 창출해 내는 부문과 불확실성이 높지만 새로운 이윤을 창출해 낼 수 있는 미래사업에 대한 투자 사이에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위기 속에서 성장을 꾀하려면 CEO가 먼저 현실적인 성장 목표를 세우고 예산을 적절히 사용해 미래에 필요한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그는 이러한 균형 잡힌 경영방침으로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어 P&G 주가를 8% 이상 끌어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기준을 제시하라"

래플리는 '고객 중심'이라는 기업가치를 실천하기 위해 직원들에게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한다. CEO 스스로 회사의 모든 업무를 고객들의 관점에서 재설정하되 직원들도 이를 따를 수 있도록 가늠자를 내놓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P&G 제품을 사용하는 가구수의 증가 추이, 기존 고객들의 P&G 제품 재구매율, 고객의 개별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 등 구체적인 리스트를 모든 업무의 중심에 두고 있다.

아우러 사내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쌍방향의 '수직-수평' 방식으로 전환했다. 본사 경영진 사무실 구조도 상호간 원활한 대화를 위해 재배치했다. 세계 120여개국에 제품을 내다 파는 글로벌 기업이 효율적으로 전략을 세우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부서 간 벽부터 없애야 한다는 게 래플리의 주장이다.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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