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오는 9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현재의 2.0%로 동결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경기가 급락세를 멈춘 것으로 보이는 데다 금융시장도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기가 다시 하강을 시작하면 한은은 추가적인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 동결 가능성 큰 이유는
5일 금융시장 전문가들과 연구기관에 따르면 이달에 한은이 기준금리를 기존의 2.0%로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는 경기가 그동안의 가파른 하강세를 멈춘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월 제조업 생산은 전월보다 6.8%, 서비스업은 1.2% 각각 증가했다. 특히 경기선행지수는 14개월 연속 지속했던 마이너스 행진을 중단하고 플러스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로는 약간의 플러스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장도 비교적 안정세다. 지난달 2일 달러당 1,570원대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은 이달 3일 1,340.50원까지 내려왔다. 코스피지수는 지난달 3일 992.69로 주저앉았으나 이달 3일에는 1,283.75로 올라왔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기준금리를 내릴 필요성이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대신증권 성진경 시장전략팀장은 "최근 경기가 다소 개선되는 움직임이 있고 환율이 하향 안정세를 이어간다는 점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도 "경기가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기준금리를 내려 나중에 사용할 `카드'를 모두 소진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기준금리를 현재의 2.0%에서 0.25%포인트 내려도 투자나 소비에 별다른 영향을 주기 어렵다는 점도 이번에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 중의 하나다.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이 3.9%로 전월의 4.1%에 비해 둔화했지만 여전히 높은 것도 통화당국으로서는 신경쓰이는 대목이다. 본원통화가 많이 풀린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은 항상 경계해야 하는 위협 요인이기 때문이다.
임지원 JP모건체이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이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이번에 금리를 내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 금리 인하 마무리되나
지난달 기준금리 동결은 작년 9월 이후 6개월 만에 처음이었다. 한은은 작년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유례가 없을 정도로 파격적인 금리 인하 행진을 했다. 인하 폭이 1.00%포인트, 0.75%포인트 등으로 상상을 뛰어넘었다.
세부적인 인하 폭은 ▲작년 10월9일 5.25%에서 5.00%로 0.25%포인트 ▲10월27일 4.25%로 0.75%포인트 ▲11월7일 4.0%로 0.25%포인트 ▲12월11일 3.00%로 1.0%포인트 ▲올해 1월9일 2.50%로 0.50%포인트 ▲2월12일 2.0%로 0.50%포인트 등이었다.
이번에 기준금리가 동결되면 지난달에 이어 2개월 연속 기준금리가 움직이지 않게 된다.
이렇게 되면 금리 인하 행진은 이제 멈춘 것이 아니냐는 인식이 형성될 수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전효찬 수석연구원은 "2개월 연속 동결하면 시장에서 금리 인하 기조가 마무리된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달 이후에 추가적인 금리 인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글로벌 경기 하강이 계속되고 있는 데다 해외발 신용경색이 재발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부동산 경기는 여전히 가라앉고 있다. 해외 소비가 계속 바닥을 기면서 우리나라의 수출이 불안한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경기가 급강하를 멈춰도 `L'자형을 그리면서 옆으로 오랫동안 기어갈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통화당국으로서는 추가적인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당국으로서는 가능한 조치를 모두 동원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이번에 금통위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속단할 수 없다"면서 "그러나 동결을 결정한다면 일단 경기상황 등을 좀 더 살피자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뉴스팀 기자 news@ajnews.co.kr
<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