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식약청, 석면 파우더 알고도 모른 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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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4-05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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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파우더에서 ‘죽음의 먼지’로 불리는 석면이 검출 됐다는 소식에 엄마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지하철 공사 현장이나 아파트 재건축 현장에서 나올 법한 1급 발암 물질이 아기들이 사용하는 베이비파우더에서 나온 것이다. 아기를 키우는 부모들은 “사랑하는 아이에게 여태까지 발암물질을 발라줬다”며 분을 삭이지 못하는 분위기다.

석면은 국제암연구소(IARC) 지정 1급 발암물질로 호흡을 통해 그 가루를 마시게 되면 폐암이나 석면폐증, 늑막이나 흉막에 암이 생기는 악성 종피증을 유발할 수 있다. 석면은 흡입하면 폐에 비늘처럼 박혀 잠복기가 최소 10년에서 최대 40년이다.

석면 이슈가 제기된 지난 1일 인터넷포털 다음 카페에는 ‘석면 베이비파우더 소송모임’이 만들어졌고 분노한 엄마들이 집단소송을 제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석면이 검출된 제품 중에는 엄마들이 출산준비용품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보령 누크베이비파우더와 베비라 베이비파우더 등 유명 유아용품업체의 제품이 다수 포함돼 있어 엄마들은 충격과 배신감으로 패닉상태에 빠졌다.

‘아기와 엄마를 위한 모든 것’이라는 모토를 내걸어 온 보령메디앙스는 “베이비파우더에 석면이 검출 될지는 정말 몰랐다”며 “우리는 정부의 허가를 받고 제품을 출시했을 뿐”이라며 정부 탓으로 책임을 돌렸다. 어린이 용품을 제조하는 회사로서 참으로 무책임하고 뻔뻔한 항변이다. 아이들의 건강을 내팽겨 치고 이익만 추구하면 된다는 기업의 윤리성마저 의심스럽다.

더 큰 문제는 보건당국의 안전 불감증이다. 일본에서는 1987년에 유명 베이비파우더 5개 제품에서 석면이 검출돼 파우더 원료로 쓰이는 탈크에 대해 엄격한 석면검사를 의무화했다. 유럽 등 해외에서는 3~4년 전부터 탈크 속 석면을 규제해 왔는데, 식약청은 그동안 뭘 했는지 한심하다.

심지어 식약청은 이미 2004년 연구보고서를 통해 베이비파우더의 탈크 위해성에 대해 알고도 여지껏 손 놓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정부는 이번 석면 사태를 더 일찍 막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안일한 대응으로 방치해 거센 비판을 자초했다.

이번 석면 사건에 최대 피해자는 결국 아이를 키우는 가정, 그리고 엄마들이다. 더 이상 국민의 건강권을 위협받지 않도록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그리고 비양심적인 기업과 보건당국의 늑장 행정에 대한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 보건당국의 뒷북 행정 이제 사라질 때도 됐다. 제발 좀 문제 터지기 전에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 

최민지 기자 choimj@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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