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통신시장의 차세대 주자인 '와이브로(WiBro)'와 '인터넷TV(IPTV)'가 주춤하고 있다.
정부에서 야심차게 밀어붙이고 있는 통신산업의 신성장동력이지만 아직까지 초라한 성적이다. 게다가 앞으로도 장밋빛 예측은 힘든 상황이다.
최근 이러한 상황을 대변하듯 국회의원이 나서 와이브로 정책에 대해 비난했다.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은 방송통신위원회 자료를 분석해 투자 대비 성과가 미흡하다고 지적하며 국내시장 보다는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와이브로는 지난 2006년 상용화된 이후 지난해까지 1조3000억원 이상이 투입됐지만 가입자는 17만명에 불과하다. 매출도 지난해 KT가 250억원, SK텔레콤이 2억원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다.
이처럼 와이브로는 상용화 3년을 맞고 있지만 엄청난 투자에도 불구하고 성과가 없어 제2의 '시티폰'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와이브로가 신성장동력으로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정부의 무리한 정책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미 무선통신 서비스의 발달로 굳이 와이브로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와이브로의 매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와이브로는 무선통신의 중복투자라는 의미에서 더이상 사업적 효과가 창출되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정부가 현 통신시장의 환경, 사업성 등을 고려하지 않고 무턱대고 와이브로를 신성장동력으로 추진하면서 정부 예산은 물론 주요 사업자인 KT도 피해를 보고 있어 와이브로 정책에 대해 심각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게다가 컨버전스 대표 서비스인 IPTV도 콘텐츠 부족과 경기 불황 탓에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IPTV가 케이블TV보다 고화질, 양방향 서비스라는 장점이 있지만 비싼 요금을 내고 "볼 것이 없다"는 지적 때문에 시장 활성화가 매우 더딘 상황이다.
실시간 IPTV는 KT가 지난해 11월, SK브로드밴드와 LG데이콤이 올 1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기존 주문형비디오(VOD) 가입자를 제외하고 실시간 IPTV 가입자는 현재 20만명을 조금 넘어섰다. 정부와 업계의 대대적인 투자에 비하면 매우 초라한 성적이다.
현재 업계는 케이블TV 수준의 콘텐츠 확보를 위해 지속적인 협상을 벌이고 있기는 하지만 IPTV 활성화가 불투명하다고 판단해 일부 업체는 투자를 보류하거나 투자 규모를 줄이는 등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IPTV 활성화가 지지부진한 이유도 와이브로와 같이 정부가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정책과 투자에서 비롯됐다.
IPTV의 경우 방송통신위원회 출범의 성과라는 점에서 대대적인 육성 정책이 추진되고 있지만 사업 추진 전략에서 업계와 엇박자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통신업계 한 고위관계자는 "경기침체 등 사업환경이 더욱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한 정책은 사업자를 위기로 몰고 갈 수 있다"며 "무리한 정책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업계와 시각을 맞춰 효율적인 정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통신시장은 현재 이동전화, 초고속인터넷 등 주력 서비스 시장의 포화로 새 먹거리에 목말라있다. 와이브로와 IPTV가 신성장동력으로 자리를 잡아 통신시장의 단비가 될 수 있도록 정부·업계는 철저한 준비와 분석을 통해 국내 통신시장을 한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김영민 기자 mosteven@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