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위기로 경영환경이 급변하자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예측 가능한 시나리오를 기획하고 적절한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전략기획'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
하지만 이미 선례를 찾기 힘든 위기에 처한 기업들은 미래를 내다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 과거 전략기획 기법의 한계를 절감하고는 있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세계적인 컨설팅회사 맥킨지는 '맥킨지쿼털리' 4월호에서 올해 전략기획 수립에 필요한 세가지 비법을 제시했다.
◇시나리오, 고위 임원 경험 토대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시나리오 플래닝'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현실성이 있는 미래 상황을 가정해 대비책을 짜내는 일이다.
하지만 과거 통계를 활용해 현재의 추세를 미래까지 연장하는 추세외삽법(trend extrapolation)은 예기치 못한 세계 금융위기를 맞으며 의미가 퇴색됐다. 미지의 바다를 항해하기 위해선 그 어느 때보다도 다양한 돌발 변수를 상상해 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나리오 플래닝이 더 이상 전략기획 부서의 고유 업무로 머물러서는 안된다고 맥킨지는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업무 경험이 있는 고위 임원들을 시나리오 플래닝 과정에 참여시켜야 한다. 이들은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더 복잡하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그려낼 수 있다.
때문에 시나리오 플래닝을 매년 반복되는 일회성 이벤트로 보기보다는 상시화해 일상적인 위험을 평가하고 종합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도구로 삼아야 한다고 맥킨지는 조언했다.
◇개별 지표 움직임 상세히 예측해야
갑작스런 위기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기업은 위기 이후의 상황에도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 반대로 돌발상황에 우왕좌왕하는 기업은 상황이 호전되더라도 한동안 후유증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위기 대응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시장 상황을 꾸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회사 실적뿐 아니라 각종 경제지표와 재정 집행 시기와 규모 등 챙겨야 할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물론 기업들은 이미 이들 지표를 기업 경영에 참고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이 경영 전략을 세울 때 시장 평균 전망치에 너무 의존한다는 것이다. 내년에 경제가 몇% 성장할 것이라고 하면 매출도 그만큼 오를 수 있다고 예상하는 식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큰 시기에는 개별적인 지표 움직임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비교적 상세하게 예측해 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유동성이 제한된 상황에서 각 사업 부문이 필요로 하는 예산을 실시간으로 집행할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미래 초점,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기업들이 현재 마주하고 있는 위기에만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잘못이다. 왜냐면 즉각적인 반응만 하다보면 위기 속에 내재돼 있는 기회를 간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현재의 위기가 대공황 이후 최악이라고는 해도 시장의 기본전제는 변한 게 없다. 앞으로도 유럽과 북미 경제의 성장은 둔화되고 브라질과 중국, 인도, 러시아 등 신흥국 경제가 성장할 것이라는 데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전략기획자라면 세계 경제의 바닥보다는 거시적 움직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위기 극복에만 집중한 채 최근까지 유지해 온 핵심 전략들에 대한 평가를 게을리해서도 안된다. 어느 전략이 그동안 기업 성장에 기여해 왔는지 판단하고 존폐 여부를 결정짓는 데 이번 경제위기가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맥킨지는 경기 침체 속에서도 기본 경영전략을 유지하며 변화를 꾀하고 있는 기업으로 맥도널드를 꼽았다. 맥도널드는 저가 메뉴 개발로 지난 수년간 성장세를 유지해 왔지만 불황 속에도 매장 리모델링과 기업운영방침 개선을 통해 고급 커피와 웰빙 메뉴를 도입하며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맥킨지는 경제위기를 핑계로 기업의 전략기획을 무용지물로 만들어서는 안된다며 단기 사업과 장기 투자전략을 균형있게 유지해 현재의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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