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전 대통령이 지난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사과드립니다'와 '부탁드립니다'라는 글의 내용으로 미뤄볼 때 노 전 대통령 자신은 물론 부인 권양숙 여사도 어떤 식으로든 검찰의 조사를 받아야 할 처지다.
이들이 박연차 회장의 돈 600만 달러와 어떻게 연관돼있는지 그 구체적인 내용은 조사가 끝나야 알 수 있겠지만 전직 대통령 가족 4명중 대통령 부부와 아들 등 3명이 검찰의 조사를 받는 상황에 직면한 국민은 안타까움을 넘어 절망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물론 노 전 대통령이 홈페이지에 올렸던 글처럼 '진실'과 '프레임'이 같지 않을 수도 있다.
그 '프레임'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는 불분명하지만 사실 5년 동안 '깨끗한' 대통령을 믿고 살아온 국민의 입장에서는 '진실과 프레임이 같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을 믿고 싶은 마음도 강하다.
역대 대통령과 그 가족들이 비리에 연루돼 사법처리된 적은 여러번 있었지만 대통령 부인이 직접 돈을 요구하고 받는 일은 없었다.
오래전 한 정치인이 금품수수 사건으로 궁지에 몰리자 부인이 받았다고 해 그 부인이 사법처리된 일이 있고, 얼마 전 다른 정치인도 같은 경우를 당한 뒤 정계은퇴를 선언하는 배수진을 친 사례는 있었지만 청와대에 있는 대통령 부인이 돈을 달라고 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그건 상식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쉽게 상상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건호씨의 경우는 각종 비리에 연루돼 곤욕을 치렀던 역대 대통령 아들들과 달리 아버지가 대통령직을 마무리할 때까지 평범한 회사원의 길을 걷는 듯 했고, 그래서 세인의 입에 오르내리는 일도 별로 없었다.
하지만 일반 사람들의 시선이 잘 미치지 않는 외국에 거주한다는 이유로 더욱 더 그를 이용하고 싶어하는 로비스트의 표적이 되지는 않았는지 걱정스러운 점이 없지 않다.
연철호씨가 박연차 회장의 베트남 공장에 찾아가 500만 달러 투자를 요청할 때 동행한 데 이어 연씨가 그 돈으로 세운 투자회자의 주주라는 의혹을 받게 된 상황은 아무래도 현명한 처신이라고 하기 어렵다.
사법처리됐던 다른 전직 대통령의 아들들의 경우도 처음에는 이런 식으로 조그만 도움을 준다는 것이 커져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범법자로 이어진 사례들이 적지 않다.
"사람들이 대통령 식구들을 가만히 놔두지 않더라"라는 한 전직 대통령 측근의 말은 새겨들어야 할 교훈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가족과 측근, 그리고 그를 믿는 지지자들을 위해 지금 해야 할 일은 검찰의 수사보다 먼저 그가 알고 있는 '진실'을 국민들에게 밝히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이 부인 권양숙 여사와 아들 건호씨의 일에 대해 모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좀더 지켜보자"는 말은 검찰이 '프레임'을 어떻게 내놓는지 두고 보겠다는 뜻도 되겠지만 한편으로는 검찰 수사로 드러나지 않는 부분까지 먼저 말하지 않겠다는 오해를 살 소지도 있다.
정말 "이 홈페이지로 인해 욕을 더 먹는 일은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면 인터넷을 통해 이런 저런 얘기를 하기보다 직접 '진실'을 말해주기를 바란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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