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직 우리 회사를 구멍가게라고 불러요"
설립 10년째를 맞는 한경희생활과학의 한경희 대표는 지난 8일 창립이래 첫 기자간담회에서, 2012년 매출 5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히며 이같이 말했다.
제품 첫 출시 후 3년 만에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하고 업계점유율 70%를 차지한 강소기업이 스스로를 구멍가게라고 낮춰 부른 것은 겸손의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틈새시장을 개척해야만 하는 중소기업 정신, 즉 초심을 잊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다.
한 대표는 34세에 안정적인 직장을 박차고 나와, 사업을 하기로 결심했다. 주부로써 서서 걸레질할 수 있는 제품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시작한 사업이었다.
하지만 생각처럼 쉽지는 않았다. 그녀는 "연구개발에서 아이디어는 10%에 불과하고, 나머지 90%는 인고의 과정인 것 같아요"라며 당시의 어려웠던 기억을 회고했다.
그렇지만 이 도전은 스팀청소기라는 1500억원 규모의 새로운 시장을 만든 시발점이 됐다. 특히 삼성, LG 등 대기업과 수백여 중소기업이 다투는 생활가전 시장에서 이 같은 성과를 이뤄낸 것이다.
또 해외시장에서의 성과도 괄목할 만하다. 한경희는 2006년 스팀 시장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미국 시장에 진출해 올해 상반기 2500만 달러(약 325억원)의 판매고를 올렸다.
올 하반기부터는 중국시장에 본격 진출하기 위해 한경희 대표가 직접 중국에 이주하기로 결정했다. 그녀는 "현재 중국 거주를 위해 중국어를 열심히 배우고 있다"며 "직접 생활해 보며, 현지에 적합한 신제품 아이디어를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많은 중소기업이 글로벌 경기침체로 신음하고 있다. 판매실적 악화와 자금난 압박 뿐 아니라, 대기업과의 경쟁, 정부의 미약한 지원정책 등 무수한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국가 경제의 근간은 분명 전체 사업자의 99%, 고용의 88%를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이다. 그들의 도전이 곧 경기회복의 씨앗이 된다. 대기업마저 경영난에 시달리는 어려운 시기에 한 '구멍가게'의 끊임없는 도전에 눈길이 가는 것은 이 때문이다.
김형욱 기자 nero@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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