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가 대형 인수ㆍ합병(M&A) 이후 유동성 악화 우려로 급락했던 주가를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그러나 실적개선을 바탕으로 한 주가 상승이 아닌 대한통운 감자나 대우건설ㆍ금호생명 매각이란 막판 카드에 기댄 것이어서 반길 일만도 아니다.
당장 유동성 우려를 누그러뜨려 건전성이 좋아지겠지만 주력 자회사를 정리하면 성장성은 반대로 나빠지기 때문이다.
13일 한국거래소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주회사 격인 금호산업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달 2일부터 이날까지 1만1750원에서 1만9450원으로 65.53% 급등했다. 금호아시아나 계열인 대우건설(34.34%)과 아시아나항공(29.85%) 금호석유화학(87.94%) 금호타이어(84.13%) 대한통운(10.53%)도 일제히 시세를 분출했다.
증권가는 이런 강세 배경으로 대우건설 매각 가능성을 꼽고 있다.
김동준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산업은행을 포함한 채권단이 금호아시아나에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대우건설 매각을 권유한 것으로 안다"며 "이 소식으로 관련 상장사도 증시에서 시세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호아시아나는 사실무근이란 입장이다. 회사 이야기가 맞다면 주가는 이유 없이 뛴 것이 된다.
금호아시아나 계열 상장사에 대한 주가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여타 그룹이 1분기 실적 턴어라운드를 예고하고 있는 데 비해 금호아시아나는 3대 축인 아시아나항공 대우건설 금호석유화학 모두 3분기 이후로 실적개선 시점이 미뤄지고 있어서다.
KB투자증권은 대우건설에 대해 1분기 기대를 밑돈 영업이익을 이유로 투자의견을 보유로 제시하고 적정주가를 9500원으로 유지했다. 김동준 연구원은 "1분기 영업이익은 614억원으로 전망치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작년 같은 기간 어닝 쇼크로 발생한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본격적인 수익성 회복은 3분기 이후에나 가능해 보인다"고 전했다.
금호아시아나는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채권단과 약정가격 재매도 권리인 풋백옵션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그룹 위험도가 계열 상장사 주가에 미치는 영향도 큰 편이다.
채희근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작년 경제불황으로 그룹 리스크와 계열 상장사 주가 연동성이 더욱 높아졌다"며 "주력 자회사 매각에 나서고 있는 점도 향후 경기회복이 가속화되는 시점에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에 앞서 매각 추진을 공식화했던 금호생명은 마땅한 인수 대상을 아직 못 찾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회사 방침은 이달을 안 넘기고 팔겠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유동성 개선을 가시화한 것은 대한통운 밖에 없다.
전달 대한통운은 유상감자로 1조5000억원을 확보했고 자사 지분을 가진 대우건설과 아시아나항공에 이 돈을 모두 지급할 계획이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유상감자로 대우건설과 아시아나항공은 각각 7500억원씩 여유자금을 얻게 된다"며 "돈이 모두 들어오면 과도해진 부채비율도 다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혜승 기자 harona@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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