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냐? 일자리 나누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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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4-1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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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창문 제조업체 펠라는 지난 2월 건설경기 악화로 경영난이 심화되자 시급 근로자 2400명에게 교대로 일주일씩 휴가를 주기로 했다. 반면 신문사 AH벨로는 이보다 일주일 앞서 전체 인력의 14%가 넘는 500명을 해고했다. 지난 2007년 12월 이후 이렇게 해고된 인원은 미국에서만 5100만명이 넘는다.

경기후퇴 탓에 감원과 일자리 나누기를 놓고 고민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위기에 몰린 기업들은 해고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컨설팅업체 왓슨와이어트월드와이드가 245개의 미국 기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65%의 기업이 이미 인력을 줄였거나 감원을 계획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반면 의무 또는 자발적인 일시 휴가를 주겠다는 기업은 각각 17%, 19%에 그쳤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해고보다는 일시 휴가나 근무시간 단축, 감봉 등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가 더 효율적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일부 경제학자들은 일자리 나누기가 경기후퇴 속도를 둔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한다.

고용주 입장에서도 일시 휴가가 해고보다 비용 절감 차원에서 유리하다는 주장도 있다. 프랭크 모리스 엡스테인벡커&그린PC 노동 전문 변호사는 "해고에 따른 노동 계약 해제 비용을 감안하면 단기적으로는 일시 휴가가 비용이 적게 든다"며 "경영 환경이 호전됐을 때 재고용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은 일자리 나누기가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몇몇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일시적으로 매출이 줄어드는 경우나 현금 보유 비중을 높여야 할 때, 전문 기술자를 구하기 어려운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해고가 더 효율적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일시 휴가 등 일률적인 일자리 나누기는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의 사기를 꺾을 수 있고 고통스런 비용 절감 기간이 장기화돼 생산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새티시 데시팬드 웨스턴미시간대 경영학 교수는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을 때는 생산력이 떨어지는 인력을 해고하는 게 이치에 맞다"며 "의무적인 일시 휴가는 평범한 직원에게는 격려가 될 수 있지만 유능한 직원들의 이탈을 야기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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