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멀리 남쪽 시골 어디가 고향이 아니다. 의외였다. 서울 출생이다. 또 조용필보다 동생이다. 네 살이나 아래다. 그러니 무릇 사람은 외모(?)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쉬이 선입견에 빠져서다.
하지만 그의 노래는 멋있다.
특히 독특한 목소리 무늬가 그러하다. 흉내조차 어렵다. 가만가만 노래를 듣다가 보면 ‘수컷’이 강하게 그려진다. 이뿐만 아니다. 대자연의 위대함, 마치 폭포수(瀑布水)를 마주 대하는 것처럼 기분이 시원시원해진다.
만약 음악을 대단히 좋아했다는 공자가 전인권의 노래를 들었다면 어땠을까.
짐작컨대 ‘3개월 동안은 식사를 해도 그 맛을 알 수 없을 정도다’(《논어》, 술이편 참조)라고 말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일본이 자랑한다는 석학 모로하시 데쓰지(諸橋轍次)가 100세가 되는 해인 1982년에 지었다고 해서 국내에도 화제로 소개된 바 있는 저서 ‘공자 노자 석가’(동아시아)에 따르면 공자는 자신의 취미가 음악이라면서 ‘음악의 효과’에 대하여 이렇게 설명한다.
“음악은 화합을 존중하는 것이므로 두 가지 사물을 합하는 힘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같은 음악을 연주하면 그 곳에서 모두의 마음이 하나가 됩니다. 또한 과거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과거의 사람과 현재 사람의 마음이 하나로 합해집니다.”(같은 책, 28쪽 참조)
말하자면 아무 음악이나 넋 놓으면서 좋아했던 것은 아니다.
그러고 보면 성공한 창업자도 예외가 아니다.
예컨대 해산물 정통포장마차 ‘버들골 이야기’의 문준용 대표(45)가 그렇다. 그는 10년 역사의 이태원 직영점을 모델로 한 프랜차이즈 가맹사업을 본격적으로 전개하면서 아예 가맹본부 이름을 전인권의 노래 제목을 따 ‘(주)행진 프랜차이즈’로 명명했을 정도다.
전인권이 직접 작사한 노래엔 ‘다시’가 유독 많이 등장한다. 인디언이 기우제를 지내면 반드시 비가 온다. 비가 올 때까지 다시 기도하기 때문이다. 창업의 성공도 그렇다. 다시 시작하는 창업자에게 성공이 뒤따라오는 것이다.
‘다시’는 ‘부활’과도 뜻이 통한다. 부활은 희망이다. 희망은 행복이다. 행복이 곧 성공이다. 비가 올 때까지 줄기차게 기우제를 지내는 인디언처럼 창업도 성공할 때까지 다시 시작하는 수밖에.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하나 소개한다. ‘다시 이제부터’가 노래 제목이다. 가사는 이렇게 시작된다.
‘아름다웠던 날이 지나고/ 차가운 바람에 갈 길 잊었나/ 돌아올 수도 없이 찾아갈 수도 없이/ 내 눈은 발끝만 보고있네’하고 한숨짓는가(패자). 아니면 ‘머리카락이 내 눈 가리고/ 내 손은 만질 곳이 없으니/ 다시 가야겠지/ 다시 가고 싶어/ 다시 시작될 내일이 있으니’(승자)하며 다짐하는가.
이 노래 덕분에 ‘버들골 이야기’의 문준용 대표는 IMF 시절, 상처를 치유하며 재기할 수 있었다 한다. 그렇다. 그에겐 무엇보다 ‘다시’ 시작될 내일이 있기에 오늘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어쩌면 실패란 오늘만이다. 오늘이 내 삶의 전부가 아니다. 어제도 내일도 내 삶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포기하진 말자. 전인권의 노랫말처럼 ‘늦었을 때가 시작이란 생각으로’ 내 발아래 줄을 긋고 다시 이제부터 시작하자. 그 누구도 그대도 내 나이도 ‘다시 이제부터’라고 크게 외치는 순간 창업은 이미 반은 성공한 것이다.
심상훈 작은가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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