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연회비 면제 미끼로 '자충수'?

경기침체로 불황을 맞은 카드업계가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 연회비 면제 등의 '미끼'를 사용해 논란이 일고 있다.  

회사원 김 씨(31)는 최근 사용하지 않는 카드를 해지하기 위해 카드사에 전화를 걸었지만 카드를 해지하기는커녕 새로운 카드를 발급받고 말았다. 혜택이 더 많은 카드를 연회비 없이 발급해 주겠다는 상담원의 권유를 이기지 못한 것이다.

평소에 잘 쓰지 않는 카드를 해지하기 위해 콜센터에 전화를 걸었다가 연회비 면제 등의 미끼에 걸려 해지를 못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15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연회비 면제와 다양한 부가혜택을 '당근'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카드시장이 포화 상태에 달해 업체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진데 따른 것으로 해지 고객을 잡기 위한 카드사의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일부 고객들은 이 같은 카드사의 영업행태를 이용해 연회비 면제와 더 나은 상품을 제공받기 위해 엄포를 놓는 경우도 흔하다.

호텔에서 근무하는 백 씨(28)는 "카드사의 혜택이 마음에 안 들거나 더 좋은 상품이 나올 경우 카드사에 해지신청을 하면 다양한 혜택을 얻어낼 수 있다"며 "쓰고 있는 4종류의 카드 모두 해지를 빌미로 연회비를 안 내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당국과 공정거래위원회는 카드업계의 건전성과 카드사들을 보호하기 위해 지난해 5월부터 초년도 연회비는 반드시 고객이 납부하도록 의무화했다.

하지만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카드사들이 카드를 바꾼 고객의 연회비를 받지 않는 등 과열경쟁을 벌이고 있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제 살 깎아먹기'식 영업이 결국 카드사의 손실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종학 서울대 교수는 "카드사들이 단기적 실적에만 매달리고 있다"면서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카드사가 적절한 성과와 인센티브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은 시장이 거의 포화상태에 달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비용 절감 측면에서 연회비 면제와 같은 방법을 통해서라도 기존 고객을 잡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 업체간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신규회원을 유치할 때 모집, 회원관리, 마케팅 등 여러 부분에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카드사 입장에서는 기존 고객을 유지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밝혔다.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