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의 수출산업화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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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4-16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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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장희 (이화여대 명예교수, 학술원 회원)

과거 반세기 동안 약진한 우리나라 수출은 주로 제조업 중심이었고 그중에서도 조선, 자동차, 섬유류, 반도체, 철강, 가전제품 등 이른바 효자산업들이 수출의 주역을 담당 해 왔다. 문제는 최근 중국을 비롯한 개도국들의 추격이 심해지면서 과연 우리나라가 앞으로 얼마동안 이들 제조업들에게 수출전선을 맡길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선다.

전통적 제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는 한편 수출전선을 넓혀 나가기 위해 경쟁력있는 몇몇 서비스업에도 관심을 가지고 육성책을 써야 할 때가 오지 않았나 생각된다. 서비스산업의 중요성은 여기서 따로 강조할 필요가 없다. 고용창출 효과나 타산업의 경쟁력제고 효과등 열거하자면 많다. 그러나 서비스를 외국인들의 입맛에 잘 맞게 생산하여 공급함으로써 외화획득의 한 축을 담당토록 하는 노력은 지금부터 기울여 나가야 할 판이다.

서비스업의 수출산업화를 위한 국내외적 여건은 좋다고 본다. 먼저 국외적 여건으로서 세계무역기구 (WTO)를 중심으로 한 서비스시장의 자유화 추세이다. 서비스교역을 위한 일반협정 (GATS) 이라는 것이 1994년 제정되어 세계 모든 나라들은 자국의 서비스시장을 능동적으로 개방할 것을 약속했는가 하면 그 이후로도 꾸준히 추가적 협상을 통해 서비스의 교역이 확대 되도록 다자간 또는 양자 간 노력이 더해지고 있다.

국내적 여건을 보면 아주 고무적이다. 흔히 한나라가 서비스 수출국이 되기 위한 조건으로 네가지를 든다. 즉, 그 나라 국민들의 인성(人性), 지식기반수준, 인타의식(人他意識) 그리고 그 나라 국민들의 대외지향성여부 등이 그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개국이래의 이념인 홍익인간사상, 그리고 불교, 유교, 도교, 기독교가 결합하여 형성된 사인여천(事人如天)사상은 우리 국민의 인성을 ‘모든 이를 사랑하라’라는 민본인성으로 진화시켰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지식기반 수준에서도 우리나라는 단연 선두주자중의 하나다. 특히 디지털 방송, 홈네트워크, 정보가전시스템, 이동통신 분야에서 세계 최고수준이다. 자라나는 세대의 지식수준을 보면 OECD 의 공적평가가 말해 주듯이 세계 1~3 위 수준이다. 남을 소중히 생각하는 인타의식도 강하다. 근대 문학과 예술에서 발견되는 신소설, 회화, 조각, 도자기, 건축 등을 보면 자연스럽고 소박하며 인간적일 뿐 만 아니라 타인의 참여를 은근히 유도하는 매력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대외지향성은 해외로 뻗어 나간 이민의 실태를 보면 단적으로 드러난다. 현재 해외거주 한인들은 600만을 넘고 있으며 미국에만 200만에 달한다고 한다. 세계 90여 개국의 주요 도시에 한국인이 없는 곳이 없으며 모든 나라에서 한국인은 근면하고 성실하며 친절하고 화통하다고 평가 받고 있다.

그러면 어떤 서비스산업을 수출산업으로 육성할까? ‘육성’이란 말이 WTO 시대에 적절치 못하다고 하는 이도 있겠으나 ‘여건조성’ 정도로 해석하면 쓰지 못할 것도 없다. 수많은 서비스 업종 중에 이미 우리나라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분야를 적극 밀어 주면 될 것이다. 즉, IT, 인터넷, 이동통신, 의료, 문화콘텐츠, 방송, 한식 (외식), 교통 및 물류, 유통업, 관광 그리고 교육 분야가 그것이다.

이들을 육성하려면 어떤 정책을 써야 하나? 제일 급한 일은 이들 분야에서 발견되는 국내 각종 규제를 제거하는 일이다. 경쟁력 향상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는 완전 제거하는 것이 좋다.

둘째는 이들 분야의 달인들을 적극적으로 양성하는 일이다. 이들 분야의 전문학교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이때 국내시장만 의식하지 말고 세계시장을 바라보고 양성해야만 한다.

셋째, 우리가 겨냥하는 국가들과 서비스자유화 협상을 적극적으로 벌여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GATS 의 취지와 내용을 완전히 숙지하여야 한다.
 
넷째, 서비스 중에는 인간과 인간의 감성적 접근이 필요한 품목이 많으므로 상대방 국가의 업체들과 전략적 제휴를 모색하는 방법을 쓰는 것이 좋다.

다섯째, 우리의 고유한 문화유산을 상대방 국민들에게 잘 맞게 다듬어 제공하는 노력을 기할 일이다. 문화콘텐츠 분야를 예로 들어 보자. 현재 세계 6500여개 언어 중 문자가 없는 언어가 6100 개나 된다. 이들 언어에 우리 한글을 잘 가공하여 공급하는 일은 세계 문화유산의 보전을 위해서도 시급한 일 중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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