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값만으로도 관심을 모으는 '올드보이(2003)'의 박찬욱, '괴물(2006)'의 봉준호,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두 감독들이 오랜만에 색다른 장르와 스토리로 무장한 신작 영화 '박쥐(4월 30일 개봉)'와 '마더(5월 28일 개봉)'가 나란히 개봉을 앞두고 있다.
박찬욱 감독은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2005)' '사이보그지만 괜찮아(2006)'로 세계 3대 영화제(칸ㆍ베니스ㆍ베를린)를 휩쓸며 한국영화의 창조성을 세계에 알렸다.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던 획기적인 플롯과 감각적인 미장센으로 전 세계 평단과 대중을 사로잡았고 죄악과 구원의 딜레마, 극단적인 폭력을 소재로 인간의 실존문제를 탐구하며 한국영화계에 일대 파란을 일으켰다.
봉준호 감독은 우리나라에서 단골 흥행소재인 조폭영화나 코믹영화가 아니라 진지한 미스터리 드라마였던 '살인의 추억(2003)'으로 500만 관객을 동원하는 기염을 토하면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2년 4개월 간의 제작 기간을 걸친 괴물은 살인의 추억의 두 배가 넘는 1000만 명을 훌쩍 넘기는 관객을 동원, 한국 영화 흥행의 신기원을 이룩했다.
◆10년의 설계 끝, 꿈의 프로젝트를 완성
신작 '박쥐'는 박찬욱 감독이 오랫동안 완성하고 싶었던 꿈의 프로젝트다.
한국영화 최초 할리우드 공동 투자 제작, 뱀파이어 치정 멜로라는 독특한 소재 등 제작 단계부터 큰 화제를 모아왔다. 개봉 수주 전부터 포털사이트 개봉 예정 영화 검색순위 1위를 차지하는 등 많은 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박찬욱 감독은 "지금까지 만든 작품 중에서 내 자신이 투영된 경우는 처음이다"며 "걸작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제가 만든 영화 중에서는 제일 나은 작품이다"며 박쥐에 대한 기대감을 더하게 만들었다.
박착욱 감독은 '복수는 나의 것(2002)'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로 이어지는 '복수 3부작' 통해 도덕적 딜레마에 직면한 인물이 구원받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는 과정을 조명, 인간의 실존문제를 끊임없이 탐구해왔다. 그렇다면 '신부' '뱀파이어' '살인'의 문제를 들어 윤리와 구원, 폭력의 문제를 그린 박쥐는 결국 박찬욱 감독 작품세계 종국의 지향점이라 할 수 있겠다.
휴머니즘의 대표적인 표징이라 할 수 있는 신의 사제가 타인의 피를 섭취해야만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뱀파이어가 된다는 아이러니는 박찬욱 감독이 다뤄온 '죄'와 '구원'의 문제를 가장 이상적으로 표현할 수 설정이기 때문이다.
또한 박찬욱 감독은 박쥐는 '사랑'에 관한 영화일 수 있으며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 역시 사랑이라 말한다. 항상 그의 작품 속에 남녀 등장인물이 있긴 했지만 박쥐처럼 오직 사랑 때문에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몰리게 되는 깊은 멜로는 박찬욱 감독에게 있어 최초의 도전이다. 복수 3부작'에 이어 '뱀파이어 치정 멜로'라는 새로운 장르로 관객들과 만나게 되는 것이다. 오직 박찬욱 감독만이 할 수 있는 멜로의 거침없는 변주는 박쥐가 궁금한 또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다.
꿈의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해 박찬욱 감독은 10년 전부터 박쥐를 기획하며 설계해 왔다. '공동경비구역 JSA(2000)' 촬영 당시부터 송강호에게 출연을 제의하고, '쓰리, 몬스터(2004)'에서 뱀파이어물을 만드는 영화감독이라는 설정을 도입해 박쥐 프로젝트의 가능성을 시험했다.
전작들을 통해 다져온 과감한 생략과 편집, 극한까지 몰아붙이는 카메라 워크 등 특유의 영상 기법들을 더욱 세련되게 다듬어 '박쥐' 속에 총 집합시켰다.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등으로 함께 호흡을 맞춘 대한민국 최고의 스태프들 역시 박쥐를 통해 최상의 기량을 폭발력 있게 선보인다.
박쥐는 메시지와 스타일, 모든 면에서 박찬욱 감독의 영화세계를 집약해 놓은 영화로 관객들은 박쥐를 통해 '박찬욱 월드'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박찬욱 감독은 한국영화 최초로 할리우드 제작, 투자를 받은 소감에 대해 "당장 북미시장에서의 엄청난 흥행이나 아카데미 시상식의 후보가 된다든가 하는 기대는 처음부터 하지 않는다"며 "다만 북미 시장에서 기존 한국영화들에 비해 조금 더 큰 규모를 차지하고,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존경하는 세계적 감독들의 영화들 속에 있는 심볼 마크를 볼 때마다 언젠가 나도 내 영화에 심볼 마크가 붙는 날이 올 것이라는 희망을 가졌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흥행성적과 완성도 양면에서 한국 영화의 현주소를 대표하는 '한국의 스필버그' 감독 봉준호. 태생부터 화제작이었던 영화 '마더'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봉준호 감독, 김혜자와 원빈의 만남. 영화 '우리 형(2004)' 이후 5년 만에 복귀하는 원빈의 복귀작 등 제작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범인이 잡히지 않은 영구 미제 사건인 화성 연쇄살인을 소재로 한, 범죄드라마의 성립 근거를 허무는 살인의 추억. 텅 빈 한강에서 가족을 덮친 '괴수'를 끌어낸 괴물. 통념을 역으로 치고 들어가 특정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 다채로운 재미와 새로움을 선보인 전작에 이어 이번엔 엄마다.
살인 사건에 휘말린 아들을 위해 작고 나약한 몸뚱이로 홀로 세상과 맞서는 한 엄마의 이야기를 담는다. ‘국민 엄마’ 김혜자에게서 낯선 모습을 발견한 봉준호 감독이 괴물 이전, 살인의 추억이 끝난 직후인 4년 전부터 준비해온 프로젝트로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마더는 봉준호 감독의 탄탄한 스토리와 홍경표 촬영감독, 이병우 음악감독, 류성희 미술감독 등 충무로에서 가장 뛰어난 스태프의 참여로 영화적 완성도를 높였다.
또한 미국 영화전문지 할리우드리포터가 봉준호 감독의 신작 마더를 유력한 칸 경쟁부문 진출작 후보로 꼽았다. 할리우드리포터는 지난 2일(현지시간) 마더가 5월 열리는 제 62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올해 칸 국제영화제는 다음달 13일부터 24일까지 열린다. 경쟁부문 공식 초청작은 오는 23일 발표될 예정이다.
최근 공개된 마더 티저 동영상이 하루 만에 43만을 기록하는 한편, 네이버 다음 등 주요 포털 사이트와 영화 검색어 1위에 등극하는 등 네티즌으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1분 10초의 짧은 영상, 하지만 티저 예고편에 대한 국내외 팬들의 반응은 뜨겁고도 강렬했다. 영화에 대한 기대와 감탄이 공식 카페에 쏟아진 것. 봉준호 감독의 신작이 나오길 손 꼽아 기다리던 영화 팬들은 '봉 감독님은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아(ssrexdevil)' '미친 듯이 기다려진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봉준호 감독(abckdk)' 등 폭발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예상을 뛰어넘는 이런 뜨거운 반응은 영화 본편의 첫 소개인 이번 영상이 마더를 오랫동안 기다려온 팬들의 갈증을 해소해 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음을 보여주는 결과로 볼 수 있다.
마더를 향한 뜨거운 관심은 국내만이 아니었다. 마더는 지난해 11월 촬영 20% 상태에서 AFM(American Film Market)을 통해 일본ㆍ프랑스에 선 판매를 확정했다.
특히, 20% 밖에 촬영이 진행되지 않은 터라 바이어들이 볼만한 홍보용 동영상 조차 전무한 상황에서, 일본 유수의 배급사들이 경합을 벌였다는 사실은 마더의 저력을 역으로 보여줬다.
관객을 배신하지 않는 재미와 완성도를 보장하는 봉준호 감독에 대한 무한한 신뢰. 한국은 물론 전 세계에 그의 존재를 알린 흥행작 '괴물' 직후의 차기작이라는 점. 일본에도 많은 팬을 거느린 원빈의 5 년만의 복귀작. 전 인류에게 어필할 수 있는 마더의 보편성과 김혜자라는 걸출한 배우가 그릴 '어머니'에 대한 기대를 꼽았다. 완성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충분히 믿을 수 있다는 자신감의 반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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