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안정·자산가격 상승, 실물지표 등 개선
"긍정·부정 요인 혼재" 섣부른 경기 회복론 경계
삼성연구소 "한국 경제 낙관론은 위험"
전문가 "일부 경제지표 호전에 현혹돼선 안돼" "투자·수출 늘어야 진짜 회복 신호"
일부 경제지표가 호전되고 금융시장이 급속한 안정세를 보이자 경기회복론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올해 2~3월 들어 실물경기 지표의 급락세가 멈췄고,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시장은 이런 기대감을 반영해 오름세를 보이는 등 급격한 경기 하락세가 둔화됐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다만 이를 경기 회복의 신호로 해석하기에는 너무 이른 만큼 성급한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특성상 플러스 성장의 관건이 될 세계 경제의 회복이 예상보다 더딜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실물지표 개선…경기저점 기대감 확산
최근 경기저점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경기바닥론이 힘을 얻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발간한 '최근경제동향'보고서(그린북)에서 "지난해 4분기 성장률 급락 등의 영향으로 침체 국면이 지속되고 있으나, 올해 들어 일부 지표를 중심으로 경기흐름이 소폭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최근 우리 경제를 평가했다.
정부가 공식으로 경기 개선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이후 처음이다.
경기바닥론의 근거는 산업생산, 가동률, 재고 등 생산관련 지표의 개선에 기초하고 있다. 2월 중 제조업 생산이 전년동월대비로는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으나 사상 최대의 감소폭을 기록했던 전월에 비해서는 개선된 데다 전월대비로는 7.7% 증가하며 2개월 연속 상승했다.
서비스생산도 2월중 0.1% 미미하지만 플러스 증가율을 기록하며 3개월 연속 감소세에서 벗어났다. 그동안 빠른 하락세를 보여온 제조업 재고조정도 거의 마무리 과정을 밟고 있다는 분석이다.
소비재 판매 증가율도 전월보다 5.0% 늘어나면서 1998년 2월의 5.4%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향후 경기국면을 예고해주는 선행지수도 15개월만에 상승 반전했다. 수출도 작년 수준을 회복하지는 못하고 있으나, 무역수지 흑자폭을 키우며 3월엔 36억1000억달러의 역대 최대 흑자를 냈다.
여기에 지난달 초 달러당 1560.0원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은 1300원대로 떨어졌고, 작년 10월 한때 900선마저 위협받던 코스피지수도 1300선을 훌쩍 뛰어넘었다.
계속 감소하던 아파트 매매가 두 달 연속 늘어났고 강남권 등의 집값이 꿈틀거리면서 서울의 아파트매매가격은 3월 말 이후 2주 연속 오르는 등 금융시장도 안정을 되찾고 자산가격도 상승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글로벌 증시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미 다우존스 지수가 3월 이후 18.0% 올랐고, 같은 기간 영국(13.8%) 중국(15.9%) 일본(19.8%) 러시아(36.1%)의 대표지수들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섣부른 경기회복론 경계.."내년 이후 회복"
정부가 경기 회복에 대한 성급한 기대감을 드러내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6일 주요 경제 연구기관들에 따르면 지표상으로는 국내 경기가 올해 중순께 바닥을 치고 하반기부터 점차 개선되겠지만, 체감경기는 내년 이후에나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전날 보고서에서 "한국 경제의 회복을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며 올해 중 경기 회복을 체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때 이른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은행도 지난주 발표한 '2009년 경제전망(수정)'에서 한국 경제가 상당기간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임을 경고했다.
낙관론의 근거인 실물지표 개선이 국지적이고 일시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 증시의 상승은 세계 각국이 돈을 풀면서 풍부해진 유동성이 국내로 유입돼 나타나는 '유동성 랠리'로, 국제 금융시장이 요동칠 경우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이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경기에 후행하는 고용지표가 상당 기간 부진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3월 취업자 수는 작년 동월 대비 19만5000명이 줄어 1999년 3월(-39만명) 이후 최대폭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에 대한 지나친 비관론이 3월 위기설을 키웠듯이 지나친 낙관론 역시 경기오판과 그릇된 대응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소비나 투자, 그리고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서야 경기 회복을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세계경제의 흐름과 추경예산 등 재정정책의 효율적인 집행이 우리 경제 회복의 관건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서영백 기자 inche@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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