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출 버팀목 한국경제 걸림돌
■ 전문가 진단
세계 경제는 경기 침체의 어두운 터널에서 언제쯤 벗어날까.
최근 경기 하강 속도가 둔화되고 있다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경기동향 보고서가 발표된 후 다우지수가 8000선을 회복했다. 한국의 금융시장도 이러한 훈풍과 맞물려 한때 달러당 1600원에 접근하던 원화가치가 최근 1300원대로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때문에 곧 세계 경기가 바닥을 치고 급상승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16일 전문가들은 한마디로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세계경제의 침체가 1∼3년 이상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바닥이 넓은 U자형 회복이나 L자형 불황(일본식 장기불황)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도 성장의 버팀목인 수출부문이 둔화되면서 침체가 지속되거나 회복된다고 해도 성장동력이 약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우선 전문가들은 일정 기간 동안 세계 경제의 침체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세계 경제를 보면 금융부실 정리도 안 됐고 시장에서 소비가 활발하게 나타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금융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할 수 없다”며 “경기 바닥이 확인될 수 있지만 회복의 탄력을 받기는 어려워 바닥이 넓은 U자형 회복세를 그릴 것”이라고 말했다. 서서히 회복세를 그리겠지만 한동안 경기가 바닥권에 머물 것이란 분석이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경기가 회복되려면 선진국의 내수와 개도국에 대한 투자가 활성화돼야 하는데 현재 선진국들은 가계부채 조정기를 겪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교역에 기반했던 개도국의 성장도 둔화되기 때문에 2∼3년간 침체가 지속돼 L자형 불황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세계 경제는 중국이나 미국 경제가 가장 중요한 요인인데 중국은 나아지는 반면 미국은 침체가 장기화될 것”이라며 “적어도 연말까지는 침체가 지속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70%가 넘는 대외의존형 한국경제도 세계 경기 흐름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선진국들의 내수 침체가 한국의 수출 활로를 막고 있다는 게 문제다. 다만 전문가들은 한국은 소규모 경제구조여서 빠르게 회복국면에 접어들 수 있지만 한동안 2∼3%의 저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오 실장은 “향후 수출 증가율이 둔화될 것이고 경제회복이 되더라도 3% 이하의 저성장이 될 것”이라며 “회복속도가 지연된다는 점에서 L자형에 가깝다”고 말했다.
조경엽 본부장도 “현재 일부 개선되는 경제 지표는 그동안 상황이 너무 나빴던 과정에서 기술적 반등국면이라고 할 수 있다”며 “지금보단 악화될 가능성은 작지만 침체기가 장기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향후 경제를 U자형 회복이나 L자형 불황으로 확실히 단정짓기는 힘들지만 더 이상 급속도로 악화되는 상황은 오지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권 실장은 “지표상 호전되고 있고 자율적 반등 가능성도 있어 하반기에는 회복국면으로 가겠지만 고용문제, 부실조정 문제가 끝나지 않아 회복 강도가 미약할 것”이라며 “경기 침체의 기간도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출증가 둔화와 함께 실업문제 증대, 구조조정이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점 등이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지적이다.
반면 채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금융시장이 안정되고, 미국의 주택시장이 조금이나마 살아나고 있어 완전한 회복세라고 볼 수는 없다 해도 향후 경제전망은 희망적”이라며 “한국경제는 9∼10월을 기점으로 탄력적으로 경기가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채 원장은 L자형 불황 전망에 대해 “정부가 대대적 적자재정을 통해 경기부양에 나섰기 때문에 유동성 공급 효과는 내수경기 활성화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장기적 침체나 불황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송정훈 기자 songhdd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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