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 브라질 250억달러 해양플랜트사업 '단비' 기다린다

신규 수주 가뭄에 허덕이던 조선업계가 브라질에서 발주하는 해양플랜트라는 단비를 만났다.

19일 업계 및 한국수출보험공사에 따르면 브라질 최대 국영 석유회사 페트로브라스가 20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총 150억 달러 규모의 해양플랜트 발주 및 100억 달러 규모의 부유식원유저장설비(FPSO)와 관련, 투자설명회를 개최한다. 이어 21일 현대중공업과 STX조선해양을, 22일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을 각각 방문한다.

◆기술력과 브라질 조선소 확보가 관건

이번 설명회에서 페트로브라스는 드릴십(원유시추선)과 반잠수식 시추선 28척을 발주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국내 업체들의 수주가 유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건조 기술력과 브라질 정부의 자국 산업 보호조항을 충족할 수 있는 브라질 조선소 확보 등을 '수주 성공조건'으로 꼽고 있다.

드릴십과 반잠수식 시추선은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높은 기술력을 요구한다. 페트로브라스는 당초에 자국 조선소에 발주할 예정이었으나 기술력 등의 이유로 해외발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브라질 정부는 자국 조선산업 부흥을 위해 해외업체의 입찰 참여시 브라질 조선소와의 공동 제작을 의무화하고 있다. 페트로브라스 역시 이번 발주에서 자국 산업 보호조항을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국내 대형 조선사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우선 삼성중공업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페트로브라스로부터 드릴십 8척을 수주, 기술력을 입증했다. 또한 브라질 아틀란티코 조선소의 지분 10%를 확보, 브라질 정부의 자국 산업 보호조항에도 대비하고 있다. 지난 9일 블룸버그의 보도 내용 역시 삼성중공업을 수주 유력 후보로 꼽고 있어 이같은 분석에 힘을 실고 있다.

STX조선은 STX유럽이 보유한 브라질 조선소와 원천 기술이 강점이다. 또한 강덕수 STX그룹 회장이 지난해 브라질을 방문, 룰라 대통령 등을 만나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최근 영국 해운조사 전문기관 로이드리스트도 STX조선을 유력한 후보에 포함시켰다.

반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은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브라질에 생산거점이 없다는 것이 걸림돌이다. 이들 업체들은 이런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브라질 조선소들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 담당 증권업계 전문가는 "구체적인 발주 조건이 밝혀지지 않아서 조심스럽지만 기술력과 건조 경험에서 앞선 국내 조선사들이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며 "그 가운데에서도 삼성중공업이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내다봤다.

◆빙산의 일각

지난해 브라질에서 매장량 400억 배럴에 달하는 심해 초대형 유전이 발견됐다. 페트로브라스가 이번에 발주하는 물량은 여기에 사용될 시추 설비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발주는 시작에 불과하다"며 "유전 개발이 본격화되면 FPSO, LNG-FPSO 등의 관련 선박 추가 발주도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페트로브라스는 8척의 FPSO를 브라질 조선소에 발주하려던 계획을 바꿔, 해외 입찰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종엽 한국조선협회 상무는 "해양플랜트는 발주 규모가 큰 대형 프로젝트"라며 "추가 발주가 있을 경우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에 앞선 국내 조선사들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김병용 기자 ironman17@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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