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기의 수레바퀴) 터널을 통과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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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4-19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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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에서 4월을 지나 5월로 가는 봄의 한 가운데에 와 있다. 나라 안팎의 경기와 상관없이 겨울을 밀어낸 봄은 다가와서 문을 두드린다. 겨우내 걸어둔 빗장을 열라고.

그러나 심정은 편치 않다. 아직 겨울의 긴 터널을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는 3월부터 4월까지를 실물경기가 최저점에 도달하는 시기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바닥을 지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산업계는 실물경기가 바닥을 쳤는지를 놓고 말들이 많다. 아직 기지개를 켜기엔 이르다는 의견과 바닥을 쳤으니 살아날 것이라는 견해가 충돌하고 있다. 대략 중지가 모이는 부분은 전자·석유화학이 그나마 활기를 되찾고 있다는 것이고, 자동차와 철강은 아직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다는 정도다.

반도체와 LCD를 중심으로 한 전자업계와 석유화학 부문은 나름 활기를 찾고 있지만, 구조조정에 자금난을 겪고 있는 자동차와 철강업종은 눈물바람이다. 수주가뭄에 시달리는 조선업계도 괴롭기는 마찬가지다.

실제로 LCD TV와 휴대전화는 올해 1분기 예상 밖의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본격적인 수요회복으로 보기에는 이르지만, 바닥을 치고 올라오는 중이라는 인식이 넓게 퍼져있다. 공장도 활기를 되찾아가고 있다. 연초보다 영업이익률이 개선될 것이라는 낙관론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연초 정제마진 강세 여파로 양호한 실적이 기대되는 정유업계와 유화업계도 미소가 끊이지 않고 있다. 석유화학업종도 마음이 들뜨기는 마찬가지다.

문제는 이미 세계 전반의 수요가 움츠러든 상황이기 때문에 일부 호조세가 단기간에 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전후방산업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자동차와 철강 업종은 아직도 미궁에 빠져 있다.

경기침체로 지난 1분기 최악의 판매 실적을 기록한 자동차업계는 2분기 역시 급격한 반전을 기대하기에는 이르다는 의견이 팽배하다. 실물경기가 아직도 바닥에 머물고 있고, 할부금융 경색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세제 감면을 통한 내수 진작책을 내놨지만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알 수 없다. 일부 업체에 국한될 것이고, 대형차에 혜택이 많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뇌사상태에 빠져 듣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얼른 일어나 걸으라고 이야기 하는 것과 같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백약이 무효일 만큼 불황의 골이 깊게 패인 상황인 것이다. 터널을 지나는데, 등불을 들고 길라잡이로 나서야 할 정부가 뒷짐을 지고 있는 형국이다. 국민들의 주머니 사정과도 깊숙이 연결된 실물경제 회복을 위한 눈에 띄는 ‘대책’이 없다. 그나마 원달러 환율상승과 엔고 여파로 국산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뿐이다. 자연치유를 원하는 걸까?

김훈기 기자 bo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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