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안전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은 날로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식품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정책 및 법안, 행정조직 등은 미비한 실정이다.
식약청은 식품위해사고가 터질 때마다 ‘식품안전대책’이라는 이름의 거창한 계획을 발표했지만 지금까지 실효성을 거둔 사례는 드물다.
이에 정부와 식품기업은 국민의 먹거리 안전을 위협하는 대형 식품안전사고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식품안전관리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산 납꽃게, GMO 옥수수, 저질 만두소, 기생충알 김치, 멜라민, 석면 탈크 등이 버젓이 유통된 배경에는 식약청 시스템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식품업체들은 정부의 체계적인 관리시스템 보완을 요구했다. 예를 들어 식품첨가물이 한해 20만 톤 수입되고 있지만 검사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결과적으로 원료 문제로 인해 완제품 업체가 피마르는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게 식품업체들의 지적이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원료 검사 후 2차 완제품 검사까지 2~3일 동안 정말 피가 마르는 시간을 보낸다”며 “식약청이 처음부터 완제품까지 검사해 발표한다면 소비자들에게 이렇게까지 불안감을 조성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식약청이 이러한 불신의 벽을 만드는 동안 식품업체들이 받는 타격을 한번쯤 생각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적법한 공정과 절차에 따라 허가를 받고 제품을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식품사고가 터질 때 마다 식약청은 뒷짐만 진채 업체 쪽으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단속과 인허가 권을 갖고 있는 식약청의 식품관련 부서는 업계에 대해 막강한 영향력을 가질 수밖에 없고, 이러한 위치를 활용한 비리도 심심찮게 터진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식약청 직원들은 정말 고압적”이라며 “고인 물은 썩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식약청 공무원들의 고압적인 태도에도 불구하고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전문가 집단의 수장을 행정 경험이 없는 전문가들이 맡아온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1998년 출범 이후 ‘전문가 집단’을 지향하면서 절반에 가까운 직원이 연구직으로 채워졌다. 직원 1425명 중에서 633명(44%)이 연구직이고 식품과 약무ㆍ의무 전문직이 424명(30%), 기능직이 119명(8%)에 달한다. 대신 일반 행정직은 186명에 불과하다.
따라서 공무원 조직의 생명인 보고ㆍ명령 체계가 완벽하게 작동하지 않았고 위기 대처 능력도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 많다.
전문성이 중요하긴 하나 행정직 숫자가 너무 적다 보니 국민의 눈높이에서 판단하는 게 아니라 “이론적으로 이 정도면 문제없다”는 개인적 판단에 의존하다가 일을 그르친 사례가 적지 않다.
5년 전 ‘탈크의 안전성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연구용역 보고서를 무시한 경우와 멜라민 파동 1년 전 주중 대사관의 멜라민 유입 경고를 묵살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에 대해 식품업계 관계자는 “지난 번 멜라민 사건도 그렇고, 이번 석면 사건도 그렇고 식약청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휘둘리는 모습”이라며, “식약청은 전문가 집단인 만큼 뚝심 있게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 choimj@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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