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아닌 해적 소동으로 세계가 어수선하다. 소말리아 해역을 장악한 해적들 얘기다. 이들은 최근 미국 화물선 '머스크 앨라배마호'를 피랍하는 등 잇달아 민간 선박을 공격하며 악명을 떨치고 있다. 이에 미 정부가 해적 소탕을 위한 군사작전을 검토하는 등 국제 사회가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해적들의 기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소말리아 해역이 해적 소굴이 된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1991년 중앙 정부가 붕괴한 뒤 잇딴 정쟁과 내전 끝에 올 1월 중앙 정부가 구성됐지만 군벌의 세력이 워낙 강해 정부로서의 기능은 요원한 상태다. 1990년대 중반부터 꾸준히 늘기 시작한 해적은 최근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와 첨단 무기로 무장하며 소탕 작전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소말리아는 풍부한 천연자원을 바탕으로 고대 이집트 문명과의 교역이 활발했던 곳이다. 그런 소말리아가 어쩌다 해적 소굴이 됐을까.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은 18일(현지시간) 온라인판에서 그 이유로 국제 사회의 무관심을 꼽았다. 중앙 정부의 부재와 국제 사회의 무관심 속에 아프리카대륙에서 가장 긴 소말리아의 해안선은 외국 선박들에 의한 약탈의 공간이 됐고 이에 저항하며 재산을 지키려던 어부들이 지금의 해적이 됐다는 것이다. 국제연합(UN) 통계로는 소말리아 해안에서 매년 약탈되고 있는 해산물의 값어치만 3억 달러에 이른다.
국제 사회는 소말리아 해적 퇴치를 위해 보복적 응징에만 너무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오랜 내전으로 무너진 경제 기반이 다시 서고 중앙 정부 주도로 치안이 바로 잡히지 않는 한 소말리아의 '해적산업'은 날로 융성할 수밖에 없다. 뉴욕타임스는 소말리아의 해적산업이 지난해 거둬들인 수입이 5000만 달러에 달하며 올해는 그 규모가 4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 사회는 소말리아 어부들이 해적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헤아려 소말리아 젊은이들이 더 이상 도박에 나서지 않도록 해야 한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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