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바닥 신호가 잇따라 감지되면서 투자 시점을 두고 고민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기업 자산가치가 크게 하락한 데다 유동성이 제한돼 경쟁이 덜한 만큼 바닥 시점만 잘 읽으면 일생 일대의 투자 기회를 맞을 수 있다. 하지만 어느 때보다 커진 불확실성 탓에 돌발 변수에 대한 두려움이 큰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최근 바닥론의 근거가 되고 있는 미국 뉴욕증시만 해도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월 평균 20%씩 요동쳤다.
때문에 기업들은 더 뚜렷한 바닥 신호를 기다리며 자칫 절호의 투자 기회를 잃기 쉽다. 그만큼 '타이밍' 잡기가 중요한 시점이다. 세계적인 컨설팅회사 맥킨지는 '맥킨지쿼털리' 4월호에서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 투자 타이밍 기법을 소개했다.
투자 타이밍을 잡는 데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이 경제 성장률이다. 기업의 전략적 투자가 장기적인 수익을 목표로 하는 것인 만큼 전반적인 경제의 움직임을 따로 놓고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기후퇴로 악화된 기업 실적도 경제가 제 궤도를 되찾으면 원상복귀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를 근거로 맥킨지는 몇가지 가정을 통해 현 시점의 바닥 여부를 가늠해 봤다. 우선 지난 40년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매년 5% 안팎(실질 성장률 2.5~3.0%)의 증가세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미국 GDP 증가율이 같은 수준을 유지한다고 가정했다. 또 주가수익비율은 15~17배, 연초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지수는 1200~1350으로 각각 가정했다.
일련의 가정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미국 증시는 30~40% 저평가된 상태다. 1990~2000년대 경기후퇴기의 바닥 시점보다도 10%포인트 이상 낮은 평가다. 이에 대해 맥킨지는 경기가 더 나빠질 것이라는 비관론이 팽배해 있는 탓이라며 이런 분위기가 투자자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GDP 성장률이 10% 후퇴한다고 가정했을 때는 주식 저평가율이 15~25%에 불과했다.
하지만 기업 인수·합병(M&A)과 같은 기업의 사활이 걸린 중대한 투자를 결정하는 데 이 같은 가정은 다소 무리가 있다는 게 맥킨지의 지적이다. 그동안 GDP와 기업 수익, 주가와의 상관 관계에서 발생한 근본적인 변화를 무시할 수 없고 이번 경기후퇴 역시 과거의 불황과는 양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더욱이 M&A나 연구·개발(R&D) 등의 투자는 모두 기업의 장기적인 수익과 관련된 것인 만큼 보다 깊이 있는 자료를 활용해야 한다고 맥킨지는 강조했다.
그 중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기법이 과거 주식시장이 경기후퇴에서 벗어나는 데 걸린 시간을 분석해보는 것이다. 특히 과거 경기후퇴기에는 주식시장이 다른 어떤 부문보다 먼저 바닥을 치고 회복됐고 이후 2년 동안 주주에게 돌아간 총배당률이 50~130%에 달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바닥 시기를 잘못 짚은 기업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이를 이용해 투자 시기를 결정하려면 세가지 가정이 필요하다. 우선 S&P500지수가 현재 바닥에 이른 경우와 향후 6개월간 20% 추가 하락한 뒤 바닥을 치는 경우를 상정하고 각각의 경우 지금 투자하거나 6개월, 12개월 후 투자하는 경우를 가정하면 된다. 단 모든 경우에는 3년 안에 경기가 원상태로 회복된다는 가정이 포함된다.
각각의 시나리오를 분석해 보면 가장 완벽한 투자 방법은 '관망(wait and see)'이다. 각 시기별 투자에 따른 순현재가치(NPV)를 보면 바닥 시점에서 서둘러 투자한 경우(100)보다는 6개월 뒤 바닥을 점치고 바닥 시점에 맞춰 투자한 경우(122)가 훨씬 크다. 물론 지금이 바닥이라는 사실조차 간과한 경우에는 순현재가치의 절반 이상이 증발했다.
하지만 맥킨지는 100% 확신할 수 있는 바닥 신호를 기다리기만 하는 것은 무모한 짓이라며 과거 사례를 토대로 밸류에이션과 실적, 경제와의 상관관계를 분석하는 것이 투자 타이밍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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