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재만 베이징현대車 사장 "현지화 전략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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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4-21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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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일은 운이 따라야 합니다. 작년 말에 현대자동차가 미국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는 중국 언론의 보도가 잇따라 나오더니 갑자기 이곳 중국에서 현대차가 날개 돋친 듯 팔리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중국 정부의 소형차시장 부양정책까지 발표됐습니다."

베이징현대차를 7년째 이끌고 있는 노재만(61) 사장은 지난해 연말인사를 앞두고 연간 자동차 판매 목표량 32만대 달성이 어려워지자 내심 옷을 벗을 각오까지 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초 컴퓨터 일일 판매현황 보고와 휴대전화를 통해 시간대별로 속속 보고되는 자동차 판매 현황에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노 사장은 "지난해 자동차를 30만대 조금 넘게 팔았다"면서 "세계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선전했다는 얘기를 들었으나 판매 목표량을 달성하지 못해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연말인사에서 자신이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것은 "순전히 행운의 탓"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의 사장 승진은 결코 운이 아니라는 것이 주변의 대체적인 평가다.

현지화 전략을 무엇보다도 강조하고 있는 그의 거시안적인 능력을 반증하는 대표적인 사례로는 지난 15일 발빠르게 지진 피해지역을 방문한 것이 꼽힌다.

중국 전역은 8만8천명의 희생자를 낸 5.12 쓰촨(四川)대지진 1주년을 앞두고 추모 무드로 전환하고 있다.

노 사장은 최근의 이런 분위기를 간파하고 쓰촨성을 방문해 희생자들을 추모하면서 중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나선 것이다.

그는 16일 쓰촨대지진으로 최악의 피해를 입은 베이촨(北川)을 방문해 희생자 묘역 앞에서 헌화했다. 폐허로 변한 베이촨의 광경에 비통해하면서 사망자들의 넋을 위로했다.

노 사장은 또 대지진 당시 피해가 막심했던 베이징현대차 몐양(綿陽)대리점도 격려 방문했다.

몐양대리점은 대지진 당시 유리창이 모두 깨지고 건물 지붕이 내려앉아 베이징 본사에서 40만위안(8천만원)을 지원했던 곳이다.

그러나 노 사장은 "몐양대리점이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이 대리점의 자동차 판매량이 목표치의 186%를 달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 사장은 "올해 1월부터 시장에서는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현대차는 지난 1월 3만5천183대, 2월에는 3만2천8대, 3월에는 4만1천881대를 판매하면서 지난 2002년 중국시장에 진출한 이후 처음으로 4만대 판매라는 기록을 수립했다.

이에 따라 중국 자동차시장 점유율 7위를 차지했던 베이징현대차는 올들어 일본의 닛산자동차, 도요타자동차, 중국 토종 브랜드인 치루이(奇瑞)자동차를 제치고 시장점유율 4위로 올라섰다.

노 사장은 내친김에 올해 자동차 판매량 목표치를 기존의 36만대에서 40만대로 늘려잡았다.

베이징현대차는 지금 차가 너무 잘 팔려 축제 분위기다.

그는 베이촨을 방문하기 하루 전인 15일 저녁 쓰촨성 성도인 청두(成都) 시내 중식당에서 이 지역 5개 딜러대리점 동사장과 총경리 등 16명을 초청해 그동안의 노고를 격려했다.

그는 "대리점들이 차를 잘 팔아 금융위기가 뭔지 모르고 지낸다고 답례를 했더니 오히려 대리점 사람들이 베이징현대차 때문에 금융위기를 모르고 산다며 감사해 하더라"고 전했다.

노 사장은 "올해는 중국 시장점유율 4위 자리를 확고부동하게 지키고 매달 4만대 이상을 꾸준히 파는 것이 목표며 내년이나 내후년 정도에는 매달 5만대를 팔아 연간 60만대를 판매하는 회사로 부상하는 것이 나의 목표이자 꿈"이라고 말했다.

성균관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노 사장은 원래 현대차에서 전문 경영인이라기보다는 공장장을 역임한 품질관리기술 전문가로 이름을 날렸다.

그래서 현대차가 지난 2002년 중국시장에 진출할 당시 그는 공장 건설과 자동차 품질관리라는 중책을 맡고 베이징에 부임했다가 몇년이 지난 후 영업까지 총괄하는 실질적인 경영인의 자리에 오른 것이다.

세계 금융위기의 거대한 해일에도 불구하고 눈부신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는 베이징현대차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노 사장의 관심사는 이제 브랜드 관리와 마케팅이다.

노 사장은 "현대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의 브랜드 만족도는 아주 높지만 현대차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들의 브랜드 만족도 또한 크게 낮다"면서 "현대차 소유자와 비소유자들의 브랜드 만족도의 격차를 줄이는 것이 요즘 나의 최대 관심사"라고 말했다.

특이한 것은 현대차 출신 가운데 중국시장에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중도에 하차했지만 노 사장은 생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베이징현대차 직원들은 "노 사장님에게 섭섭한 것은 술을 못드시는 것 외에는 하나도 없다"면서 "우리 회사를 위해서도 노 사장님만큼은 중국에서 꼭 '장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인터넷뉴스팀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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