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그룹 주주총회가 경영진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폭언으로 난장판이 됐다. 1분기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의 불편한 심기가 표출되면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발표를 앞둔 미 금융권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 뉴욕 힐튼호텔에서 21일(현지시간) 열린 씨티그룹 연례 주총이 1500여명의 주주들이 불만을 쏟아내는 성토의 장이 됐다고 CNN머니가 이날 보도했다. 1년새 90% 가까이 폭락한 씨티그룹의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들이 씨티그룹의 고위 임원들의 방만한 경영을 맹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리처드 퍼로토 전미지방공무원노조연맹(AFSCME) 연기금투자 담당자는 "경영진들이 충분히 오래 일했으니 이제는 떠날 때"라고 소리쳤고 또 다른 투자자는 "극소수의 사람들이 이 거대한 회사를 쓰러뜨렸다"고 외쳤다.
하지만 주주들의 들끓는 분노에도 불구하고 4명의 신임 이사와 재선임 대상인 이사들은 70% 이상의 찬성으로 선임됐다. 새로 선임된 이사는 US뱅코프의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제리 그런드호퍼와 뱅크오브하와이(BoH)의 CEO를 지낸 마이클 오닐, 채권투자회사 핌코의 전 공동회장 윌리엄 톰슨,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총재를 지낸 앤서니 샌토메로 등 4명이다.
이에 일부 투자자들은 이사들을 '공산주의자', '사회주의자'라고 부르며 이사 선임 과정을 비판했다. 올해 씨티그룹 이사회 투표에 참여했던 9명의 주주 중 한 명인 윌리엄 스테이너도 "이사회 선거는 쿠바의 카스트로 재선을 보는 듯 했다"고 말했다.
미 정부의 대규모 자금 수혈로 연명 중인 씨티그룹을 차라리 망하게 하자는 주장도 제기됐다.
미 행정부의 금융구제안을 비판해온 3인방으로 꼽히는 조셉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 사이먼 존슨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교수 그리고 토머스 호니그 캔자스 연방은행 총재는 미 의회 양원 합동경제위원회에서 미국 경제가 회복되려면 부실 대형은행들이 파산하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스티글리츠 교수와 존슨 교수는 "현 정부의 부실은행에 대한 구제금융 정책이 미국 경기가 회복되는 것을 더디게 할 수 있다"며 "대형 은행들을 지원하기 위해 국민의 혈세를 퍼붓는 것은 미국민에게는 거대한 부채를 남기고 정치권을 등에 업은 금융권 실세들의 배만 불리는 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오마바 행정부가 은행의 부실 자산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미국은 일본이 1990년대 경험했던 '잃어버린 10년'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호니그 총재도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경제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은행들을 규모나 연줄에 상관 없이 동일한 잣대로 취급해야 한다"며 "정치권은 부실 대형 은행들을 망하도록 내버려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미 정부의 구제금융안에 대해 "미국 정부는 금융기관들이 시장시스템에 맞춰 경쟁력을 강화하도록 돕는 것이 아니라 세세한 부분까지 지도하며 지나친 관용을 베풀고 있다"고 비난했다.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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