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 두 달 만에 4.2%→1.5%로 대폭 하향
경기회복 장기화 가능성..‘완만한 L자형’, 선진국 경기침체가 원인
윤증현 “내년도 경제성장률 4% 유지”..정부, 기존 입장 불변
22일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4.2%에서 1.5%로 대폭 하향조정했다.
IMF의 전망대로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1.5% 수준에 그친다면 우리 경제는 완만한 ‘U자형’ 회복은 고사하고 ‘L자형’ 장기침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L자형 장기침체 우려
IMF는 지난 2월 세계 주요국의 경제성장률을 전망할 당시 우리나라에 대해 올해 -4.0% 성장 뒤 내년에는 4.2%의 급속한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바닥을 치고 내년에는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 전형적인 ‘V자형’의 모양새다. 외환위기 때 우리 경제가 이런 모양을 그렸다.
정부도 우리나라의 내년 전망치가 G20(주요 20개국) 가운데 중국, 인도에 이어 세 번째로 높고 세계경제 성장 전망치인 3%를 웃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었다.
더욱이 정부는 이번 추가경정예산을 제대로 집행하고 감세 효과까지 더해질 경우 전기 대비로는 올해 2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로는 4분기에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서면서 내년에는 성장률이 4% 안팎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행도 지난 10일 경제전망 수정 자료에서 내년 세계경제가 2% 성장하는 것을 전제로 한국 경제가 3.5%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번에 수정된 전망치는 경기회복이 장기화되는 ‘완만한 L자형’에 더 가깝다.
IMF가 우리나라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것은 세계경제 침체 장기화로 대외의존도가 심한 한국의 타격이 특히 심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 역시 2월 초 예상했던 3.0%보다 훨씬 못 미치는 1.9%로 낮춘 것도 그만큼 경제회복 속도가 더딜 것임을 예고한다.
◆ 정부 “내년 4% 유지”..IMF 전망 신뢰도 의문
IMF가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낮추면서 최근 반짝 일고 있는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희석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 등 일각에서는 IMF의 경제전망 예측 능력과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4.1%)나 한국은행(3.5%) 등 국내외 전망기관의 예측치와 너무 차이가 나는데다, 전례 없는 금융위기 상황이라고는 하지만 너무 자주 성장률 전망치를 고치기 때문이다.
사실 IMF 전망에 대한 신뢰도 문제는 외환위기 이후로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전망치를 자주 변경하는 것은 물론 개별 국가의 전망치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IMF의 성장률 전망치는 정확도가 높지 않았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01년 이후 지난해까지 한국은행과 IMF의 성장률 전망치를 단순 비교해 보면 지난해를 제외하고는 한은의 전망치가 실제 성장률에 좀 더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정부는 IMF 전망치에 대해 동의할 수 없으며 이에 신경 쓰지 않고 정책을 펼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윤증현 재정부 장관도 20일 국회 예결특위 전체회의에서 IMF의 성장률 하향조정과 관련 "IMF 전망이 우리 전망보다 꼭 맞는다는 보장은 없다"며 "정부는 기존 4%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서영백 기자 inche@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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