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북한이 요구한 `개성공단 계약을 재검토하기 위한 협상'을 남북 당국간 대화의 계기로 삼을 계획으로 알려졌지만, 북한은 협상 주체로 남한 당국을 배제하고 현대아산 및 토지공사 등과 협상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고 남북관계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22일 MBC 라디오의 `손석희의 시선집중' 프로그램에서 북측이 요구한 토지임대, 임금조건에 대한 재협상 문제와 관련, "정부는 남북당국간 회담으로 만들고 싶어하겠지만, 원래 현대아산과 토지공사가 정부를 대신해 북쪽과 얘기를 주고받아 결론을 낸 것이기 때문에 그쪽에서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이번 개성접촉 결과 개성공단만 위기에 처한 것이 아니라 남북관계가 앞으로 좀더 복잡해지거나 험악해지는 상황으로 끌려들어갈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예상했다.
홍익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도 "정부는 남북 대화를 생각하는 것 같지만 현재 북측이 당국간 대화를 기피하고 있어 당국간 대화는 어려울 것"이라며 "북한은 현재 미국의 대북정책을 변화시켜 미국과 대화하려고 압박하는 큰 판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대화에 나설 것 같지 않다"고 전망했다.
그는 "어제 개성 `접촉'도 북측이 당국간 회담의 형식을 기피하기 때문에 벌어진 것"이라며 "다만 북측이 종전과 달리 기업을 부르지 않고 당국을 부른 것은 '개성공단이 이렇게 어려워지는 것은 남측 당국에 책임이 있다'는 것을 주장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개성공단 토지이용권의 경우 남측 개발업자인 현대아산과 토지공사가 지난 2004년 4월13일 북측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과 토지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는 방법으로 취득한 뒤 남한의 입주기업 또는 개인에게 분양 및 양도했다.
따라서 북측은 토지 임대기간 및 사용료 문제에 대해선 남측 개발업자인 현대아산 및 토지공사를 재협상 상대로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한 정부는 개성공단의 기반시설 건설비를 지원하는 형태로 현대아산과 토공을 지원했으며, 개성공단 운영에 관한 법, 규정 등 제도적 인프라는 남북 당국이 합의해 만들었다.
임금 인상 문제의 경우 북측의 공단 관리기구인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이 기존 방식대로 남측 개성공단관리위원회와 협상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임을출 경남대 연구교수는 "개성공단관리위는 형식상 북한 법에 의해 설립된 법인이지만 실질적으로 남측 기업을 보호하는 기관으로 북측이 인정하고 있고, 이제까지 입주기업들의 위임을 받아 임금 문제를 북측과 협의해 왔다"며 "앞으로도 양측이 임금 협의의 주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관리위를 통한 협의보다는 이번 접촉처럼 북측과 당국끼리 직접 만나 큰 틀에서 협상하려 할 것이나 정부가 당국간 대화로 격상해 문제를 풀려고 시도해도 북측은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북한이 토지사용료 유예기간과 임금수준의 조정을 요구하는 것은 북측의 법과 규정에도 어긋나 개성공단 운영의 안정성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통일부 자문위원인 유욱 변호사는 지적했다.
유 변호사는 "북한의 최고인민회의가 2003년 9월 의결한 개성공업지구 노동규정과 2004년 7월 의결한 개성공업지구 부동산 규정에 따르면 임금은 전년도 월 최저노임의 5% 이상 인상할 수 없고, 토지사용료는 임대차 계약을 맺은 날로부터 10년이 지난 다음 부과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남한 기업이 북측과 재협상해야 하겠지만 북측도 자신들의 법과 규정을 고쳐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며 "북측으로선 `법은 법이고 현실은 현실'이라고 주장할 수 있으나 그 경우 개성공단의 법적 안정성은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인터넷뉴스팀 news@ajnews.co.kr
[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