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몇 번씩 등락을 거듭하는 주식시장 탓에 기업들은 좌불안석이다. 기업 최고경영자(CEO)라면 더욱 그럴 테지만 변덕스러운 증시에만 휘둘리기엔 할 일이 태산이다. 더욱이 최근 글로벌 증시의 움직임은 기업의 펀더멘털과는 무관하게 개별 기업의 실적이나 거물급 인사들의 입김에 좌지우지되고 있다.
실제로 기업들은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경영 쇄신안을 발표하고 있지만 증시의 반응은 냉담하다. 또 전체 증시가 하락세를 보이면 개별 기업의 주가도 떨어지는 경향이 커 기업들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기 일쑤다.
이에 파이낸셜타임스(FT)는 22일 기업 CEO들이 단기이익 실현에만 급급하는 주식시장과 디커플링(비동조화)해야 한다며 이를 위한 몇가지 행동 원칙을 제안했다.
신문은 우선 실적보고서를 폐기하라고 조언했다. 분기별로 발표되는 실적을 바탕으로 시장은 적절한 가격을 책정한다. 기업들이 주식시장과 거래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실적보고서는 기업이 향후 3개월을 더 달리게 하는 러닝머신에 불과하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특히 최근 주식시장을 보면 실적보고서를 내놓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주가 움직임엔 큰 차이가 없다.
외부 자본에 대한 의존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기업들은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사업 성과와 투자 이익을 설명하는 데 여념이 없지만 이는 쓸데 없는 짓이다. 이들은 돈을 쥔 투자자들이 항상 대기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최근 증시 상황을 보면 너무 유치한 생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위기 속에서는 이미 보유하고 있는 현금을 집중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기업 성장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이를 위해서는 배당 정책도 다잡을 필요가 있다. 주주들의 요구에 못 이겨 무리한 배당에 나서기보다는 보다 큰 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다는 확신이 들면 과감하게 배당을 자제하고 투자에 나서는 게 효율적이다. 물론 단기적인 주가 하락은 감수해야 한다.
성과급제도도 제고해야 한다. 주당순이익(EPS)을 기준으로 한 기존 성과급제도 아래서는 직원들이 단기적인 이익에만 몰두하기 쉽다. 하지만 기업이 증시의 흔들림에 영향받지 않고 현금 창출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직원들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 직원들이 창출하는 가치에 따라 성과금을 주는 것이다.
주식이나 옵션을 제공하는 경우 성과금을 시가평가나 동료 실적과 비교해 책정하는 게 한 방법이다. 이렇게 하면 직원들은 시장이나 산업계 전반의 호재로 인해 보상을 받는 게 아니라 그들이 기업 가치 상승에 기여한 만큼 보상받게 된다. 또 증시의 악재에 따른 직원들의 피해도 방지할 수 있다.
이밖에 신문은 현재 증시를 주도하며 단기 이익을 쫓는 기관투자자보다는 장기 투자에 역점을 두는 개인 투자자에 집중하고 기업 인수·합병(M&A) 등 투자에 나설 때는 경기 움직임을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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