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발표된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은 수술대에 오른 해운업계를 우선 살리고 보기 위한 여러가지 처방을 담고 있다.
해운업 구조조정 속도를 높이면서 산업 기반도 무너지지 않도록 공적자금 지원과 함께 민간투자를 유도해 해운산업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정부와 민간이 선박펀드를 조성해 구조조정 해운업체의 선박 약 100척을 사들이는 것이다.
△지원방안 왜 나왔나 = 해운업계는 한마디로 벼랑 끝에 몰려있다. 올해 2월 기준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은 전년 대비 약 20% 줄었지만 호황기에 만들어 놓은 선박은 남아 돌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현재 해상운임은 가장 비쌌을 때를 비교하면 6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 3월 기준 18만t 규모 벌크선 운항비용은 하루 3만~5만달러지만 운임은 하루 2만달러로 떨어졌다. 운항하면 할수록 손해를 보는 최악의 상황이다. 과도한 투기적 용·대선(배를 빌려주거나 빌려서 운항해 돈을 버는 것) 영업 위주도 문제다. 여러 단계에 걸친 용·대선으로 연쇄적인 부실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177개의 해운사 중 약 90%가 중소기업이다. 현재 상위 30개사가 해운산업 전체 매출액의 85%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시장분석과 위기관리능력이 취약한 중소 해운사는 더더욱 어려울 수 밖에 없다.
금융기관이 해운회사에 빌려준 돈은 총 20조4000억원. 이 중 17조원은 은행이 떠안고 있다. 해운업에서 발생한 부실이 국내 금융기관으로 옮겨 갈 수 있는 위험까지 커지고 있다. 이달 말 마무리 예정인 채권금융기관의 해운기업 구조조정에 맞춰 정부가 서둘러 지원안을 발표한 이유다.
△4조원 선박펀드 조성 =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의 핵심은 역시 '자금 수혈'이다. 공공부문 1조원을 포함해 민간투자자, 채권금융기관이 공동으로 약 3조~4조원 규모의 선박펀드를 조성하는 것.
이 자금으로 해운사가 구조조정 과정에서 처분할 선박을 매입하게 된다. 매입된 선박은 다시 해운사에게 임대돼 운용된다. 이렇게 정부가 나서 선박펀드를 조성하는 것은 불황기 헐 값에 외국에 팔려간 선박을 우리 해운사들이 호황기에 비싼 값에 다시 사들여야 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이미 건조가 상당히 진행된 선박은 한국수출입은행이 총 4조7000억원을 대출해 주기로 했다. 올해 조선소에 제작금융 차원으로 약 3조7000억원, 해운사에 선박금융으로 1조원 안팎의 대출을 지원한다.
선박 구조조정 펀드 설립 활성화를 위해 관련 규제도 완화할 계획이다. 이달 임시국회에서 산박투자회사법을 개정해 3년 이상 선박투자회사 존립 의무, 2년 이상 대선 의무, 현물 출자, 주식 추가발행, 차입제한 면제 등의 제한을 풀어주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은행, 보험사 등 금융기관이 선박투자회사의 지분을 15% 이상 가질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할 예정이다.
대기업과 금융기관의 선박운용회사 지분 출자제한(30%)도 풀어진다. 세계적인 선박운용회사를 육성하겠다는 것. 또 국내 해운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톤 세제 혜택을 오는 2014년 12월 말까지, 국제선박등록제는 2012년 12월 말까지 일몰 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
해운업계 구조조정 속도도 빨라진다. 주채권은행이 실시중인 38대 대형 해운사(신용공여 500억원 이상)에 대한 신용위험평가 작업을 이달말까지 마무리하고, 나머지 업체에 대해서는 6월말까지 추가 평가를 실시할 계획이다. 평가결과에 따라 업체별 구조조정 및 지원방안을 별도로 수립, 추진할 계획이다.
유희석 기자 xixilif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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