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다음달 4일 19개 대형 은행들에 대한 재무건전성 평가(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발표 이후 은행들의 추가 자본 확충 계획을 공개하도록 지시할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소식통을 인용해 23일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소식통은 미 정부가 은행들이 자본 확충 계획을 발표할 때 테스트 결과도 함께 공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금융규제당국이 테스트 결과 공개 범위를 놓고 막판 논의 중이며 계획은 또 수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 정부는 테스트 결과 공개를 통해 투자자들이 테스트 대상 은행 중 건실한 은행을 구별할 수 있도록 하려는 의도지만 추가 자금 지원이 필요한 은행들로 인한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커질 수 있다고 통신은 지적했다. 금융규제당국 내부에서도 테스트 결과 및 은행별 추가 자본 확충 계획을 공개하는 데 대해 투자자들이 보일 반응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우려는 특히 테스트 결과가 예상보다 나쁠 수 있다는 전망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확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테스트 결과 19개 은행 가운데 13개 은행이 2400억 달러 가량의 추가 손실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테스트가 최악의 경기상황을 가정하고 진행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일부 조건들은 이미 다른 은행들이 적용하고 있는 기준보다 훨씬 온건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미 대형 은행들의 실적 개선 행진에 찬물을 끼얹은 모건스탠리의 부진한 실적도 테스트 결과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포브스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골드만삭스와 JP모간체이스 등 대형 은행들이 잇달아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자 은행들이 테스트를 무난히 통과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뉴욕증시는 지난 6주간 랠리를 유지했다.
하지만 이날 모건스탠리는 1분기에 1억7700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히면서 시장의 기대는 우려로 뒤바꼈다. 폴 밀러 프리드먼빌링스램지 애널리스트는 "재무부가 예상을 뒤엎는 결과를 내놓을 것"이라며 "테스트 대상 19개 은행 가운데 상당수가 추가 자본 확충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정부가 테스트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19개 은행 중 많은 수의 은행이 자금을 더 조달해야 한다고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밀러는 다만 "재무부의 목표는 테스트를 받은 금융회사들을 실패시키는 게 아니다"라며 "재무부는 그 대신 '테스트를 통과하려면 유형 보통주(TCE) 자본비율이 자산의 최소 3% 이상 돼야 한다는 기준'을 내세웠다"고 말했다. TCE 자본비율은 위험 가중 유형자산에 대한 보통주 자본의 건전성을 측정하는 지표다.
그는 최악의 경우 실업률이 10%까지 오를 것이란 정부 추정이 맞다면 대다수 대형 은행은 3% 기준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웰스파고는 TCE 비율이 3.83%, 모간 스탠리는 9.3% 라고 밝혔다.
하지만 밀러를 포함한 상당수 애널리스트들은 실업률이 최고 12%까지 치솟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년 중반부터 말까지 실업률이 최고조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그는 실업률이 12%에 이를 경우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웰스파고 BB&T PNC파이낸셜 선트러스트은행 리전스파이낸셜 캐피탈원 US뱅코프 등 많은 대형 은행들의 TCE 비율이 3% 아래로 추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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