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준 아주경제신문 산업 부국장)
대한민국 철강산업을 대표하는 포스코에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세계경기 침체라는 최악의 상황에서 최고경영자(CEO) 외압논란에 휘말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포스코에 이런 저런 위기들이 닥쳐왔지만, 이번 위기는 느낌이 영 좋지 않다. 세계적인 철강 수요 감소로 매출이 급감해 불황 파고를 넘기도 힘겨운 마당에 최고경영자 임명 과정의 투명성을 놓고 야당이 기세를 올리고 있는데다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들이 나름대로 설득력을 갖추고 있어 감당하기 만만치 않은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민주당은 23일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과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이 올 1월 포스코 회장 선임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최철국 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진상조사단을 구성했다.
당초 민주당 우제창 의원이 이번 외압논란을 처음 제기할 때만 해도 포스코 안팎의 인사들은 ‘누구에게 말 몇마디 듣고 폭로하는 수준일 것. 좀 시끄럽다가 잠잠해지겠지’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정부가, 또 포스코가 컨트롤 하기에는 만만치 않은 인물들이 ‘폭로의 현장’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태가 복잡한 양상으로 번질 가능성을 안고 있다.
일부 언론은 지난 1월 29일 서울 대치동 포스코 본사에서 열린 ‘포스코CEO 추천휘원회’의 차기 회장 후보 2명에 대한 최종 면접 자리에서 당시 경합을 벌였던 윤석만 사장(현 포스코 회장)이 ‘청와대 외압설’을 폭로했다고 보도했다.
포스코 회장은 CEO추천위의 자격심사를 거쳐, 회장으로 추천을 받게 되면 이사회 승인과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회장으로 최종 취임하는 절차를 밟게 돼 있다.
지난 1월 당시 포스코 CEO 추천위원회는 서윤석 이화여대 경영대학장, 박영주 전경련 부회장, 제프리존스 전 주한미상공회의소장,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손욱 농심 회장, 안철수 안철수연구소이사회 의장, 허성관 전 해양수산부장관, 박상용 연세대 교수 등 8명.
이날 CEO 추천위원회 회의에서 윤석만 후보와 정준양 후보(당시 포스코건설 사장)에 대한 심층면접이 거의 마무리될 즈음 윤석만 후보가 스스로 신상발언을 요구, 박영준 국무차장과 천신일 회장 등 이명박 정부 실세들이 만나자고 해 ‘청와대가 차기 회장을 정준양 후보로 결정했으니 물러서 줄 것을 요구했다’는게 외압설의 요지다.
윤 후보의 '인사 개입' 폭로 이후 CEO추천위원회가 투표를 진행한 결과는 공교롭게 4대4 동수로 결론이 났지만 이구택 회장에 의해 추천된 일부 사외이사들이 '몰아주기'를 주장했고, 결국 정준양 후보가 포스코 차기 회장으로 추천됐다는 것이다.
증인이 8명이나 되는 상황인데다 웬만한 외압에는 신경쓰지 않고 소신을 피력할 인물들이 적지 않아 야당이 진상조사에 나설 경우 상당한 후폭풍이 야기될 가능성도 배제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미 재계에서는 지난해 9~10월부터 ‘MB정부가 포스코 회장-윤석만 사장을 교체하려 작업하고 있다’는 소문이 번지는등 포스코 경영진 외압설을 뒷받침하는 징후들이 꼬리를 물어왔었다.
우려되는 것은 사태가 확산될수록 글로벌 기업으로서 포스코 신뢰도가 추락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포스코는 뉴욕증시에 상장된데다 외국인 지분이 46%에 이르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민간기업이다. 그런 포스코의 CEO를 대통령이 마음대로 지명하는 기업이라는 것이 확인된다면 기업지배구조와 경영의 투명성에 결정적인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당초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 내년이면 V자형으로 경기가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안고 있었지만, 최근들어 IMF를 비롯한 세계적인 기관들은 글로벌 경제 회복이 매우 더딘 속도로 진행될 것이라고 발표하고 있다.
자동차, 전자와 함께 한국 산업의 3대축으로 꼽히는 철강산업의 주력기업이 외압설에 흔들리는 모습을 지켜보는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외압설 파문이 조기에 수습돼 포스코가 ‘희망 대한민국’을 이끄는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기를 기대해마지 않는다.
bm2112@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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