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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 발명특허·실용신안 출원 건수(출처: 중국국가지식산권국) |
중국이 '짝퉁 천국'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외국계 기업과의 특허전쟁을 선포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7일자 최신호에서 중국 현지 기업들이 특허전쟁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고 있다고 전했다. 일례로 지난 15일(현지시간) 프랑스의 슈나이더일렉트릭은 중국 최대 배선용 차단기업체인 정타이그룹에 2300만 달러에 달하는 배상금을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앞서 중국 저장성 원저우 법원은 지난 2007년 슈나이더의 5개 제품이 정타이그룹의 실용신안 특허를 침해했다며 4800만 달러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슈나이더는 저장성 고등법원에 항소했지만 패소했고 결국 정타이그룹과 배상액을 절반 수준으로 낮추는 데 합의하며 특허소송을 일단락지었다.
이코노미스트는 슈나이더가 물게 된 배상금은 중국 특허소송 역사상 가장 큰 액수라며 이번 사건으로 중국이 자국의 지적재산권 보호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동안 국제사회로부터 '짝퉁천국'이라는 비난을 받아 온 중국은 지적재산권 관련법을 대폭 개정해 글로벌 특허기준에 맞는 특허법을 오는 10월 시행할 예정이다. 1985년에야 비로소 지적재산권을 인정한 중국이 이처럼 특허권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중국 기업이 미국 기업에 라이센스와 로열티로 지불하는 금액이 연평균 20억 달러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분석했다.
중국 기업들 사이에 지적재산권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현지 기업의 특허출원 건수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국가지식산권국(특허청)에 등록된 특허 출원 건수는 80만건을 훌쩍 넘었고 특히 '발명'특허권의 경우 지난해 중국 기업이 출원한 건수는 19만4529으로 외국 기업의 9만5259건을 크게 앞질렀다.
하지만 연구·개발(R&D)부문에서 중국 기업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는 외국 기업은 중국의 특허권 열풍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왔다. 중국 기업이 신청하는 특허권이 보통 간단한 평가로 쉽게 획득할 수 있는 10년 실용신안권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국 기업들은 슈나이더의 사례를 통해 중국 기업들의 R&D 역량을 체감하게 되면서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 중국 기업들이 심사 절차가 까다로운 20년 발명특허권을 받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올해 이 특허권을 받는 중국 기업 수가 외국 기업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기업들은 해외 특허권 취득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이 미국에서 취득한 특허권은 1225건으로 지난 1999년 90건에 비해 13배나 급증했다. 특허권 취득에 평균 3~5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중국 기업이 취득하는 미국 특허권은 급증할 전망이다.
특허 출원 건수가 늘어나자 특허권 침해 소송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05년 기준 중국의 지적재산권 관련 소송은 1만3434건으로 소송이 다반사인 미국의 1만905건보다 2529건이나 더 많았다.
대부분이 현지 기업간 소송이지만 최근 외국 기업을 상대로 한 중국 기업의 특허권 침해 소송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12월 삼성전자는 중국의 단말기 제조업체인 홀리커뮤니케이션이 제기한 듀얼모드폰 특허권 침해 소송에서 750만 달러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은 바 있다.
토니 첸 존스데이 특허소송 전문 변호사는 "최근 중국 기업이 외국 기업을 상대로 한 특허 소송에서 승소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향후 비슷한 소송이 봇물을 이룰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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