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요지부동···"지금은 유동성 확대 시기"

통화량 과잉으로 부동산 등 자산시장 거품 우려
마이너스 성장·수출불안 여전···흡수론 시기상조

유동성 과잉이냐, 아니냐를 놓고 논란이 뜨겁다.

최근 코스피 지수 1300선 중반 박스권을 형성하고 있고 3주 연속 강남구 재건축 아프트 가격이 1%대의 상승률을 보였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자신시장이 유동성 효과로 ‘거품’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며 과잉 유동성의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반면 우리 경제의 실질 국내 총생산(GDP)이 2분기 연속 ‘역성장’을 기록했고 성장 동력 수출시장도 여전히 적신호가 켜진 상태인 만큼 유동성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전문가들은 ‘유동성 흡수’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판정하면서도 자산 인플레 심리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시중 유동성 빠르게 팽창…흡수론 고개

26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단기 부동자금 규모는 현재 800조원 정도다. 유동성 완화를 위해 한은이 시장에 공급한 자금인 본원통화는 지난해 8월 51조9810억원에 불과했지만 올 2월에는 63조617억원에 다다랐다. 무려 11조원이 증가한 수치다.

또 통화량을 측정하는 대표적 척도인 광의통화(M2) 역시 같은 기간 1386조1011억원에서 1457조9313억원으로 71조8302억원(5.18%) 가량 늘었다.

M2 증가율에서 산업생산 증가율을 빼 산출하는 초과 유동성 지표는 2007년말 1.4%포인트에서 2008년말 30.7%포인트로 급등한 뒤 지난 1월에는 37.0%포인트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단기 유동성 규모를 명목 국내총생산(GDP) 규모와 비교한 지표도 지난해말 53.91%에서 올 3월 58.30%로 급증세를 이어갔다. 

확대된 유동성은 자산시장으로 흘러갔다. 최근 인천시 청라지구의 분양신청 결과, 최고 경쟁률은 11.6대 1이나 됐다.

서울 강남·서초·송파·양천 등 소위 ‘버블세븐’ 지역 집값은 2006년12월 이후 2년여 만에 동반 상승 중이다.

강남 일부 아파트는 한달새 1억∼2억원씩 올라 경기부양을 위해 푼 막대한 부동자금으로 집값이 치솟았다.

유동성을 발판삼아 주택담보대출은 올 2월 한달 동안에만 2조9784억원 증가해 월중 증가폭으로는 부동산 투기 열풍이 일었던 2006년 11월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이에 정부와 한나라당에서는 과잉유동성 흡수 대책마련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부동산 등 위험자산으로 유동성이 쏠려 ‘거품경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한구 국회 예결특위 위원장은 “정부의 대규모 유동성 공급에 따라 여러 폐해가 나타날 수 있고, 이중 통화증발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이종구 의원은 “유동성 과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금리도 올려야 한다”며 “추후 경기지표를 제대로 모니터링 하면서 시장을 자극할 만한 요소를 찾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침체’여전…2차 추경론 솔솔

그러나 당정이 유동성 흡수에 나설 만큼 경기침체가 개선되지 않았다는 게 문제다.

유동성이 공급됐지만 과잉은 아니며 지금은 유동성 흡수보단 확대를 통해 경제를 살려야 할 시기라는 지적이다. 1차 추경에도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회와 경제연구소 일각에서는 2차 추경 편성 필요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22일 발표에서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추가 조정하지는 않았지만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0.5%에서 -0.5∼-1.3%로 내린 바 있어 정부가 성장률을 다시 하향 조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로선 세계 경제가 살아나지 못한다면 동반 침체될 수밖에 없다.

통상 성장률 1%포인트 하락시 세수가 1조5000억~2조원 가량 줄어든다는 점을 고려하면 추경편성 당시 반영하지 못했던 성장률 -0.7%포인트 하락분을 조정하기 위한 2차 추경의 필요성이 자연스럽게 제기될 수 있다.

일단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22일 “2차 추경은 지금으로서는 절대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 1차 추경으로 위기를 돌파하려는 것이 정부 의지”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정부는 경기 침체의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해 감세 정책을 재검토하고 2차 추경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주장은 여전하다.

향후 경기 예측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1분기 GDP 성장률이 호전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주 발표된 1분기 실질 GDP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4.3% 감소해 작년 4분기(-3.4%)에 이어 2분기 연속 '역성장'을 기록했다. 전년동기 대비 성장률로는 1998년 4분기(-6.0%) 이후 최악이다.

특히 수출과 설비투자 등 한국경제의 기둥들이 여전히 심하게 흔들리고 있어 경제가 언제 회복될지는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 전문가“지금은 유동성 확대 시기”

전문가들은 현재는 경기침체를 돌파히기 위해 유동성을 확대해야 할 시기라며 유동성 흡수를 주장할 시점이 아니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장은 “(유동성 확대) 정책을 바꿀 시기가 아니다”며 “주택시장이나 내수고용이 악화된 상황에서 긴축정책을 펴봐야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오문석 LG경제연구소 경제연구실장도 “현재 실물경제가 어렵고 경기침체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에 유동성 확대는 당연한 것”이라며 “지금 유동성을 흡수한다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그는 “자산 인플레 심리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이를 막기 위해선 유동성 환수가 아니라 모니터링 등의 강화를 통해 풀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지금 정책적으로 유동성 흡수에 나선다면 경기가 안좋은 상황에서 나쁜 시그널을 줘 경기위축이나 투자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지금은 추경을 빨리 집행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서영백 기자 inche@ajnews.co.kr
송정훈 기자 songhdd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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