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채권은행들은 이번 주초에 금융권 빚이 많은 45개 그룹에 대한 재무구조 평가와 38개 해운업체에 대한 신용위험 평가를 마무리 짓고 구조조정 대상을 확정할 계획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오는 30일 열리는 비상경제대책 회의에서 이 내용을 보고하고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은행장 회의를 소집해 적극적인 구조조정과 금융 지원을 독려할 방침이다.
◇ 10~12개 그룹 구조조정 임박
주채권은행들은 2008회계연도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45개 주채무계열의 재무구조를 평가한 결과, 지금까지 12곳 안팎을 불합격 대상으로 잠정 분류했다. 주채무계열은 금융권 총 신용공여액의 0.1% 이상을 차지하는 기업집단이다.
주채권은행별로는 산업은행이 5~6개 그룹에, 우리은행.외환은행.하나은행.신한은행.농협 등이 1~2곳씩에 불합격 점수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불합격 그룹은 5월 중 채권단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맺고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 다만 실제 약정을 체결할 그룹 수는 다소 유동적으로, 10개 정도로 줄어들 수 있다.
채권단은 불합격 그룹이라도 업종 특성이나 고환율 등으로 부채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는 곳과는 별도의 약정을 맺지 않기로 했다. 반면 채권단은 합격점을 받았지만 유동성이 나빠진 그룹과는 약정을 체결할 계획이다.
A그룹과 B그룹은 작년에 이어 올해 역시 불합격 점수를 받아 재무개선 약정을 체결하고 지속적으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과거 호황기에 과도한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키웠다가 유동성이 악화한 일부 그룹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예컨대 C그룹은 핵심 계열사들이 워크아웃 중이거나 퇴출 대상으로 선정되는 등 그룹 전체가 어려움에 부닥쳐 있다. D그룹은 최근 채무 만기 연장 등으로 한숨을 돌린 상태여서 앞으로 보유 자산을 팔아 유동성을 확보하면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채권단은 판단하고 있다.
E그룹은 불합격 점수를 받았으나 업황 전망이 밝고 올해 1분기 실적도 크게 개선돼 채권단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맺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F그룹은 양호한 점수를 받았으나 무리한 M&A로 유동성이 나빠져 약정 체결을 통한 구조조정이 검토되고 있다.
채권은행 관계자는 "과거 호황기에 빚을 내 M&A에 나서 덩치를 키운 그룹은 계열사 매각을 통한 군살빼기와 유상증자 등 자구노력이 불가피하다"며 "이들 그룹의 오너와 임직원들도 고통 분담에 동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채권은행 관계자는 "약정 내용을 이행하지 않고 구조조정 실적이 미흡한 그룹에는 이행 기간을 추가로 설정하고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며 "여신 회수와 같은 금융 제재와 경영진 퇴진 요구 등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 해운사 7~8곳 워크아웃.퇴출
금융권 신용공여액 500억 원 이상인 38개 해운사에 대한 채권단의 신용위험 평가가 거의 끝난 가운데 3곳이 워크아웃(C등급), 4곳이 퇴출(D등급) 대상으로 사실상 결정됐다. 채권단 관계자는 C등급에 1곳이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농협과 신한은행.외환은행.산업은행.하나은행 등이 1~2곳씩의 해운사를 구조조정 대상으로 분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은 용대선(선박을 빌리거나 빌려주는 것) 비율과 자기선박의 매출 비율, 채무상환능력, 수익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100점 만점에 45점 이상~60점 미만은 C등급, 45점 미만은 D등급을 매긴다.
채권단은 C등급에 해당하더라도 이미 증자 등 재무구조 개선에 나섰거나 계획을 마련한 곳은 B등급(일시적 자금 부족)으로 분류해 구조조정과 금융지원을 병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최종 결정 과정에서 워크아웃 대상이 줄어들 수도 있다.
채권단은 6월 말까지는 나머지 140여 개 소규모 해운사에 대한 신용위험 평가를 할 예정이다.
정부는 4조 원 규모의 선박펀드를 조성해 구조조정을 하는 해운사의 선박 100여 척을 사들이고 국책은행을 통해 조선사와 해운사에 4조7천억 원의 자금을 빌려주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달 말까지 중대형 해운업체에 대한 평가를 끝내고 곧바로 본격적인 구조조정과 자금 지원이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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