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한은, '검사권 갈등'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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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4-27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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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에 금융회사 단독 검사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한은법 개정안을 두고 관련 기관들의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한은은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해 금융회사 검사권을 보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인 반면 금감원은 통합 감독기관을 보유한 나라에서 중앙은행에 검사권을 부여한 나라는 없다고 맞서고 있다.

금감원은 지금도 공동검사는 물론 정보 공유가 가능하지만 한은이 외환거래 정보 제공을 꺼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은은 오히려 금감원이 제2금융권 정보를 제대로 공유하지 않고 공동검사도 소극적인 태도라고 반박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27일 오후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와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이 출석한 가운데 전체회의를 열어 한은법 개정안을 논의할 예정이어서 두 수장의 설전이 예상되고 있다.

◇ 금감원 "외환정보 못 받고 있다"
금감원과 한은은 상대방이 정보공유에 인색해 금융시장 불안에 적기 대응하기 어렵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금감원은 작년 국제 금융위기가 발생한 한은에 수차례에 걸쳐 외환전산망 정보공유를 요구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작년에 통화파생상품인 '키코' 사태가 불거진 이후 수출기업들의 과도한 환계약 체결에 따른 피해재발 방지를 위해 외환전산망의 일부 정보를 은행연합회에 제공해줄 것을 2차례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금융회사들은 기업과 파생금융상품을 거래할 때마다 외환전산망에 보고하는 것과 같은 내용을 은행연합회에 중복 제출하고 있다. 게다가 금융회사가 은행연합회에 파생거래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거래기업으로부터 별도의 동의서를 받아야 한다.

금감원은 작년 10월과 12월에 환투기 점검을 위해 외환거래보고서의 공유를 한은에 요청했지만 역시 거절당했다.

금감원은 한은이 외국환거래규정을 근거로 외환거래 정보 제공을 거부하자 관련 규정의 개정을 요구했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은행은 금감원이 제2금융권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은 관계자는 "한은은 한은법에 따라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지만 필요한 저축은행 정보의 50%도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 한은 "공동검사로는 한계"
한은은 현행법상 가능한 공동검사도 금감원이 거절하는 경우가 있다며 단독 검사권 보유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2007년 4월 금감원에 외국계 은행 국내지점의 금리 재정거래에 대한 공동검사를 요구했으나 거부당했다"며 "당시 외은지점의 외채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으나 금감원 측은 '공동검사 사안이 아니고 창구 지도로 해결하자'는 입장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006년 11월에는 시중은행의 외화대출이 급증함에 따라 리스크 점검 차원에서 공동검사를 실시했지만 금감원이 외화대출 전체 통계 등 거시지표만 제공토록 하고 대출 금리나 만기 등의 상세 정보는 주지 말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금감원은 한국은행의 공동검사 요구에 충실히 응하고 있으며 2000년부터 작년까지 한은과 총 89회, 예금보험공사와 총 47회의 공동검사를 했다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통합 감독기관을 보유한 나라에서 중앙은행에 검사권을 부여한 나라는 없다"며 "한은이 단독 검사권을 갖게 될 경우 금융회사로선 시어머니가 한 명 더 생기는 셈이며 금융감독의 효율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국회 기획재정위가 이날 한은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더라도 금감원과 금융위 등이 반발하고 있고 정무위 위원들도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어 본회의 통과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인터넷뉴스팀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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