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한미 FTA, 미국 의도 잘 알고 대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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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8-04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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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호 산업에디터 겸 IT·미디어부 부장
론 커크 미 무역대표부 (USTR) 대표가 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새로운 해법’을 찾고 있다고 밝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커크 대표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워싱턴 조지타운대 연설에서 “기존에 체결한 FTA의 비준을 지연시켜온 문제에 대한 새로운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된 바 있다.

미국의 대외무역협정 총책임자인 커크가 한미 FTA에 관해 ‘새로운 해법’이라는 단어를 쓴 것은 FTA 비준을 위해 뭔가 행동을 취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해법이 기존 내용을 미국에 유리하게 뜯어고치는 것을 의미하는지, 아니면 교착상태에 빠진 FTA를 기존 내용대로 빨리 매듭짓겠다는 뜻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우리는 커크의 발언을 한국에 유리하게 해석해서 미국이 FTA 타결을 전제로 접점을 찾겠다는 의지로 해석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발언으로 한미 FTA의 돌파구가 마련되는 것이 아니냐는 긍정론을 많이 펴고 있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커크 대표가 “미래를 위해 더욱 굳건하고 개방적인 무역 시스템의 토대를 닦아야 할 때”라고 강조한 점을 들고 있다.

커크의 발언이 있기 하루 전 우리나라는 국회 외교통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진 위원장이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의사봉 대신 주먹으로 쳐서 가결시켰다. 당연히 비준동의안 처리에 유ㆍ무효 논란이 일었다. 한나라당은 절차를 밟은 것이기 때문에 유효하다고 주장했고, 민주당 등 야당은 일제히 무효론을 외치며 반발했다.

이런 집안싸움에서 벗어나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커크의 말이다. 커크는 “새로운 무역 어젠다(agenda)가 미국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새로운 협정들은 노동자 권리보호 등 우리의 가치를 반영해 공정한 경쟁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분명히 했다. 일방적인 미국시장 개방은 없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한미 FTA를 그대로 비준할 수 없다며 반대 입장을 수차례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후보시절 미국의 자동차 노동자를 의식해 한미 FTA를 반대했다. 클린턴 장관도 대선 후보시절 한미 FTA를 반대했다. 이들 말고도 민주당의 실력자들이 반대했다.

커크의 발언은 한미 FTA의 앞길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이 그동안 FTA 처리의 전제 조건으로 내건 한국의 자동차 비관세 장벽 문제, 쇠고기 수입연령 제한 논란 등을 다시 제기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럴 경우 한미 FTA의 조기 비준은 참으로 어려워진다.

국가 간에 타결된 협정이나 협상은 원칙대로 지켜져야 한다. 하지만 미국은 양국 간 협의된 FTA를 미국에 불리하게 돼 있다며 이의를 제기해 왔다. 이에 대해 한국은 이미 타결된 협상 내용을 바꿀 수 없다고 말해왔다.

양측의 생각이 무엇이든 한미 FTA는 기로에 서게 됐다. 협상이 길어질수록, 반대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비준은 어려워진다. 따라서 우리는 미국의 입장이 무엇인지 빨리 알아차리고 이에 대처해야 한다. 미국은 어떻게든 덜 내주면서 우리 시장을 더 많이 열려고 할 것이다.

정부는 최악의 경우 한미 FTA의 틀을 다시 짠다는 마음으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나라 경제는 무역의존도가 70%를 넘는다. 무역으로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미국시장이 우리나라 전체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무려 15%나 된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미국은 자동차나 농산물을 폭넓게 개방하고, 다음으로 서비스, 정부조달, 지적재산권, 법률, 노동 등 전반적인 문제에 대해 강도 높은 개방을 요구할 가능성이 아주 크다. 정부는 정부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잘 대비해서 크게 손해 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양국 간의 협상은 결국 주고받는 것이다. 되도록 덜 주고, 더 받는 게 좋은 협상이다. 하지만 이는 일방적인 생각이다. 무역 의존도가 70%나 되는 나라에서 FTA를 통해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FTA는 무조건 반대만 할 일이 아니다. FTA가 이루어지면 농수축산물은 수입이 늘지만 자동차 등 공산품의 수출은 더 늘어난다.

또 우리의 법률시장, 의료시장, 교육시장 등이 개방되면 지금 이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타격이 가겠지만 국민들에게는 더 큰 이득이 될 수 있다. 더 좋은 법률서비스, 의료서비스 등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ㆍ기업들은 미국이 어떤 카드를 제시해도 이에 맞설  대비책을 마련해 놓고 미국을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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