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GM이 깨끗하게 포기해 줬으면 좋겠어요”

-“어미도 버린 자식인데 살릴 이유 있나”

‘진퇴양난, 오리무중, 고립무원’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GM대우가 한 가닥 희망을 걸었던 미국 본사로부터 사실상 해고 통보를 받았다. 한국에서의 입지도 그리 편하지만은 않다.

GM의 최고재무책임자인 레이 영 부사장이 27일 디트로이트 현지를 방문한 한국 기자들에게 GM대우에 투자를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포기 가능성까지 거론한 상황이어서 시장에서 퇴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GM이 포기 가능성을 언급한 이유는 부시 행정부 시절부터 지금까지 미국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134억 달러의 용처가 미국으로 한정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해외 다른 기업들 역시 현지 정부와 은행의 지원을 받고 있는 만큼 GM대우도 이 연장선에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나 산은이 지원하지 않을 경우 자신들도 손 쓸 방법이 없다는 말이다.

현재 GM은 6월1일까지 미국 정부가 납득할 만한 자구안을 제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자구안이 미국 정부의 구미에 맞지 않을 경우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파산보호에 들어가게 된다. 산하에 두고 있던 여러 브랜드도 매각을 거쳐 추리고 있는 상황이다. 제 코가 석 자인 셈이다. 

◇“어미가 자식 버린 상황”..독자생존 고려해야

산은을 비롯한 금융권은 GM의 발언에 대해 해외 정부로부터 최대한의 투자를 끌어내기 위한 벼랑 끝 전술로 해석하고 있다. 산은은 미국 GM 본사의 보장과 지원이 우선돼야 유동성 지원을 고려하겠다는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 

이를 두고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임직원만 210명에 달하는 사실상 외국 기업인 데다 생산량의 95%를 수출하지만, 그 돈이 국내로 들어오는지 불분명하다. 이런 기업에 국민 세금을 투입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어미가 자식을 버린 상황 아니냐”고 일침을 가했다.

결국 GM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GM대우에 대한 지원이 어렵다면, GM대우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다른 기업으로 흡수되어 독자생존하는 길 뿐이다.

당장 GM대우 내부에서부터 나름의 살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GM대우 한 직원은 “이럴 바에야 차라리 GM 본사에서 우리를 포기해 줬으면 좋겠다. 본사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아무리 구애를 해 본 들 소용이 없다. 국내 다른 기업이 인수해서 외부 간섭을 받지 않고 열심히 일만 하는 편이 더 낳다”라며 자조 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한 자동차 담당 에널리스트 역시 GM대우가 경쟁력이 있는 만큼 최악의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GM대우가 매각 등의 방법으로 독자 회생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그러나 선물환 계약 손실에 따른 부담으로 산은과 정부가 돕기에는 부담이 따르는 만큼 이 부분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계속해서 유동성 지원이 미뤄진다면 엄청난 재정적 어려움에 빠지게 되고 결국 최악의 상황도 올 수 있다”고 잘라 말했다.

가톨릭대 김기찬 교수(자동차산업학회 회장)는 “GM과 달리 한국 정부나 산은은 GM대우가 입은 환손실이나 본사에서 받아야 할 금액이 얼마인지 잘 모른다. 이를 알 수 있는 방법은 법정관리로 가는 것과 산은이 어떤 형태로든 지분을 인수해 경영에 참여하는 방법뿐이다”며 “GM이 이를 밝히지 않고 관리를 못하겠다고 한다면 최후의 수단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훈기 기자 bo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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